과거사 조사 연루 금융사 신한금융 유일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지주가 다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검찰이 '신한사태' 당시로 시계를 다시 돌려 놓은 셈이다.

신한금융 내부도 검찰 재수사의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전일 진상 규명이 필요한 12건의 '우선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

조사 대상 중 금융회사와 직접 연루된 곳은 신한금융이 유일하다.

검찰이 재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남산 3억 원' 사건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2008년 2월 중순 무렵,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측이 서울 남산 인근에서 정권 실세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당시 돈을 전달받은 사람이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이 사건은 신한금융의 경영권을 둘러싼 내분, 이른바 '신한사태'가 발생하며 수면위로 떠올랐다.

20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며 관련 수사 때 '남산 3억 원' 제공 사건이 다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 측은 2008년 당시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지시로 남산 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 전 의원 측에게 3억 원을 전달했다는 신한은행 직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라 전 회장이 연루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경제개혁연대는 2013년 라 전 회장 측이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건넨 자금을 이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으로 해석하며 이를 고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에도 검찰은 3억 원의 자금이 이 전 행장의 지시로 신한은행에서 급하게 마련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사는 더 진전되지 못했다.

지난 2015년 3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라 전 회장과 이 전 의원에게 당사자 간 연루 여부가 확실치 않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라 전 회장이 알츠하이머병을 이유로 검찰 소환 조사를 연기하다 농심 사외이사로 선임되며 거짓 투병 논란이 일기도 했다.

3억 원과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한 라 전 회장을 반박할 증거를 검찰 측이 제시하지 못했지만 조사 과정을 두고 안팎에선 의구심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3월에는 대법원의 판결로 신한사태도 마침표를 찍는 듯 보였다.

당시 대법원은 배임과 금융지주법 위반 혐의를 받은 신 전 사장을 무혐의 처분하고 일부 회삿돈 횡령만 유죄로 인정, 벌금 2천만 원의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전 행장은 금융지주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이 확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당 의원 중심으로 신한사태를 키코(KIKO), 최순실의 KEB하나은행 인사개입과 함께 3대 금융적폐로 규정하며 또다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당시 적폐청산위원회를 출범시킨 여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중심으로 신한사태의 정치 비자금 논란을 다시 끄집어냈다.

지난해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남산 3억 원 제공 사건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사실관계를 재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한금융은 검찰의 이번 재조사를 두고 긴장감이 커진 모습이다.

전직 CEO가 연루된 과거 사건이 현 정부의 정치권 이슈로 확전될 경우 예기치 않게 조직의 분위기에 해가 될 수 있어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미 10년 전 해묵은 사건으로 현재의 조직 운영에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검찰이 이전 조사 과정이나 재수사 진행에 대해서는 (신한금융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융회사의 공공성을 위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금융 전직 임원은 "라 전 회장 측이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것은 당시 내부에서도 정설로 받아들였다"며 "관련해 억울한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명백히 사실관계가 파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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