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가 금융위기 이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부동산 등 서비스업종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자산가격 변동에 따른 국내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 변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2일 '최근 해외직접투자의 주요 특징 및 영향(BOK이슈노트)'에서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가 크게 활성화된 가운데 업종, 목적, 형태 측면에서 금융위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6년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는 사상 최대인 352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7년 상반기에는 반기 기준으로 236억 달러가 해외 투자됐다.

금융·부동산업 관련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1년 37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130억 달러로 5년 만에 세 배 이상 늘었다. 반면 제조업 투자는 2016년 78억 달러로 2011년 101억 달러에서 줄어들었다.







한은은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해외 자산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면서 연기금 및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해외 금융자산 투자가 활발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2016~2017년 상반기 중 신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 등 지분인수 투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2011~2015년 중 75억 달러에서 2016~2017년 상반기에는 112억 달러로 성장했다.

현지시장 진출 목적으로 수평적 투자도 늘어났다. 대기업의 해외 진출에 맞춰 관련 업종의 중소기업체도 해외 진출 속도가 빨라졌다.

한은은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증가로 연기금, 금융기관 등의 투자 수익률이 제고됐다고 평가했다.

현재시장 진출 투자 증가는 신흥국 중심의 해외판로 확대를 촉진했고,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전략으로도 활용됐다. 또한, 지분인수 투자를 통한 해외 신기술 확보는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해외직접투자 증가가 금융·부동산에 집중된 데 따른 부정적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한은은 "금융·부동산업 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향후 자산가격이 변동할 때 국내 투자기관의 재무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수평적 투자 증가에 따른 현지법인 매출 확대로 해외직접투자의 수출유발 효과가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대 한은 과장은 "2000년대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조업 해외직접투자 비중이 줄어들었는데, 한국도 이와 유사한 경로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향후 신흥국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신흥시장 진출 투자 증가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며, 신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도 확대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부동산업 관련 투자는 향후 리스크요인이 될 수 있어, 글로벌 자산가격 변동에 따른 국내 금융기관 등의 재무건전성 변화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제조업 해외 진출에 따른 산업 공동화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진출업체의 국내 복귀 지원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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