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KB금융지주에 대한 지배구조 검사에 착수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 상시감시팀은 지난 12일부터 KB금융 지배구조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사 기간은 약 2주간이며, 우선 자료를 제출받아 이상 여부를 확인한 뒤 필요한 경우 현장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지배구조 검사는 올 초 금감원이 9개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한 지배구조 검사에 연장선에 있다.

금감원은 NH농협·메리츠·JB금융 등 3곳에 대한 검사를 마쳤으며 KB금융을 시작으로 나머지 금융지주에 대한 지배구조 점검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이 올해 업무계획에서 은행권의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배구조 검사가 셀프 연임 문제가 불거진 하나금융·KB금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검사에서 윤 회장의 연임 결정 과정과 사외이사제도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배구조 불안정에 따른 경영 건전성 악화를 방지하겠다는 게 지배구조 검사의 취지"라며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 선임 절차 등 경영승계 계획은 물론 내부통제와 성과보수 체계 적정성 등이 모두 점검 대상"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지배구조 검사에서 CEO 승계 프로그램 등 5개 항목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경영 유의를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번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금감원은 경영진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개정해 내부통제가 미흡한 기관의 경영진을 직접 제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한 타깃이 윤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라고 여기는 만큼 이번 지배구조 검사가 이들 회장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윤 회장이 연루된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경우 윤 회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 달 중 하나금융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하면서 지배구조 검사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최흥식 원장이 채용비리 연루 의혹으로 사임한 진앙지가 하나금융이라고 지목되고 있는 만큼 이런 분위기가 금감원의 지배구조 검사 과정에도 반영돼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원장이 물러난 상황에서 금감원이 실추된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들 금융지주에 대한 검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할 경우 앞으로 진행되는 검사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어 금감원 입장에서도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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