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국고채 50년물 발행이 흥행으로 끝났지만, 입찰 주체 간 명암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발행 전 충분히 수요 조사를 하는 등 공을 들였던 정부가 이번 입찰의 승자였다. 반면 입찰을 대행했던 국고채전문딜러(PD)와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16일 기획재정부와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50년물은 당초 발행 예정이었던 3천억 원을 넘긴 3천250억 원이 가중평균금리 2.640%에 낙찰됐다. 7천억 원이 입찰에 들어왔다.

국고채 50년물 발행 전부터 서울채권시장은 이에 큰 관심을 보였다. 50년물 발행 여부와 물량 등에 따라 채권 금리 수익률 곡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 실패를 거울삼은 정부…철저한 수요 조사로 흥행 담보

정부는 지난해 국고채 50년물 흥행에 실패한 후 추가 발행을 매우 신중하게 추진해왔다. 올해 초부터는 장기투자기관과 간담회를 수차례 갖고 본격적으로 국고채 50년물 수요를 조사했다.

초장기물 수요가 충분하다고 인식한 정부는 국고채 50년물을 3천억 원 규모로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은 "50년물 발행 규모를 매우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밝히면서, 수요가 이보다도 더 많음을 시사했다.

국고채 50년물 입찰은 7천30억 원이 응찰하면서 234.3%의 응찰률을 보였다. 발행 물량의 두 배가 넘는 수요가 몰렸다.

◇ 희비 엇갈린 채권시장…스트립 수요도 관측

국고채 50년물 입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정부의 수요예측은 50년물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관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기존에 50년물이 없었던 기관들이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실시한 수요예측 기관과 실제로 50년물을 강하게 원했던 기관이 달랐던 셈이다.

정부가 예상하지 못했던 수요까지 겹치면서 50년물 낙찰 금리는 채권시장이 예상했던 수준보다도 더 낮게 형성됐다.

50년물 응찰금리의 하단은 2.55%다. 낙찰 금리인 2.64%보다도 9bp나 낮다. 금리 레벨과는 상관없이 매수해야 하는 기관이 있었다는 의미다.

낙찰 금리도 당초 시장 예상보다 낮았다. 당시 국고채 30년물 호가는 2.66% 수준에서 형성됐다. 채권시장은 50년물 낙찰 금리가 30년물 낙찰 금리와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시장참가자 중 일부는 수요예측을 했던 기관이 전체를 대표하지 못해 입찰이 과열됐다고 비판했다. 수요예측에 참가하지 못한 기관들이 금리를 낮게 제시하면서 경쟁이 심화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증권사는 스트립 채권 세일즈 목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고채 50년물을 스트립 채권으로 만들면 원금 채권은 듀레이션이 50년에 가깝게 나온다. 50년 16-9호의 듀레이션은 30년 정도로 듀레이션 차이가 크다.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는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정부의 수요예측 대상과 실제로 물량을 가져간 기관과의 갭이 컸고, 입찰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수요가 나오는 등 입찰이 예상보다도 과열됐다"며 "초장기물 수요가 충분함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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