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우리는 은행 이자가 높은 것이 '내 신용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자를 결정하는 것이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일 가능성은 없을까?

한국은행에서 27년째 근무하고 있는 서정의 국장이 조사국, 통화정책국, 금융안정국 등에서 근무하면서 바라본 한국 은행산업의 한계와 개선 방안에 대한 통찰을 책으로 펴냈다.

19일 도서출판 지식과감성에서 출판한 '대한민국 금융빅뱅 시나리오'는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금융위기 직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대표부에 파견 근무하면서 경제 분석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유럽의 금융 시스템을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공부하면서 한국과 유럽 은행산업 모델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분석했다.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국민이 유로존 국민보다 연간 10조~20조 원의 수준의 금융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목 GDP의 1%가 넘는 수준이다.

금융비용이 비싼 이유는 한국 금융산업의 규제와 국민의 인식 때문이라고 저자는 평가했다.

1970년 이후 순수한 시장원리에 기초한 은행의 설립을 경험하지 못한 탓이다.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이 설립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정부의 정책 의사가 반영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 과정에서 상당수 은행이 부실화된 이후 은행은 그 규모가 커야만 한다는 인식이 공고해졌다.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에 존재하는 많은 구조적 문제들은 은행산업의 과점 구조 고착화에서 파생됐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은행의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다. 은행의 기본 역할이 '예금과 대출'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미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많은 은행이 존재한다고 저자는 평가했다. 즉, 미국이나 유로존에 가면 그 자체로 은행이라고 불릴 수 있지만, 한국에는 그렇지 않은 기관들이 많다는 의미다.

국민의 인식 변화도 필요한 요소다. 우리가 소규모 은행이 단지 '작다는' 이유만으로 열등하다고 인식하는 순간, 은행의 조달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고스란히 대출금리 상승으로 돌아온다. 우리가 은행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것이 결국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셈이다.

저자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인 한국의 은행산업은 30년 전 어릴 때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며, 금융 시스템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우리가 받을 이득이나 폐해도 달라진다고 제언한다. 238쪽, 1만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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