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검토하기로 한 배경에 환율과 수출 간의 상관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출 실적을 끌어 올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하던 과거와 달리 수출 기업들의 단가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환율에만 기대는 현상이 완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 강세가 수출 및 무역수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실증적인 분석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지나 19일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권고를 고려해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등을 포함한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와 관련해 IMF와도 지속 협의중에 있다"고 밝혔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이 과거와 달리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 이외에도 환율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진 데다, 원화가 강세를 이어가더라도 수출이 약화하는 현상은 크게 줄었다고 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위해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원화 가치 상승이 국내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축소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016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01∼2015년 158개국의 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 자국 환율 상승이 수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감소세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실질실효환율이 1% 상승(절하)하면 수출 물량은 0.56% 증가했지만, 2012∼2015년에는 0.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도 비슷한 자료를 낸 적이 있다.

1992년 실질실효환율이 1% 오를 때 수출 증가율을 의미하는 환율 탄력성은 0.41이었는데, 2014년에는 0.30으로 되레 27% 감소했다.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 올려 수출을 부양하던 시기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제품의 품질 수준이 높아져 과거와는 달리 가격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든데다 반도체, 석유제품 등 수출 주력품목의 가격은 환율과 관계없이 국제시장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후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올해 들어 우리나라 수출은 16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통관기준 1∼2월 수출 합쳐 877억9천만 달러다. 지난 1월에는 전년대비 20% 넘게 증가하면서 1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또 지난 1월 설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와 중국 춘절 연휴, 기저효과 등에도 16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A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그간 원화 강세에도 수출에 타격이 크지 않아 당국 입장에선 어느 정도 시험 기간을 거친 셈"이라고 말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도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더라도 경제적 실익이나 환율 흐름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보인다"며 "수출 호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다 예전처럼 고환율 정책을 쓰지 않아도 수출에 영향이 없다는 게 주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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