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환율의 상관관계가 역대급 수준으로 무너진 것으로 진단됐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순환주기 격차와 지나친 미국 재정정책 등의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20일 미국과 독일의 10년만기 국채 금리 격차는 229bp로, 지난 2016년 12월의 230bp에 근접했다. 이런 금리 격차는 지난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로 볼 수 없었던 수준이다.

독일 대비 미국의 금리 매력도가 역대 최고급으로 높아진 상황에서도 외환시장의 반응은 크게 제한적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 1월말 이후 1.23달러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연초 1.033달러에 불과하던 유로-달러가 계속해서 강세 추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유로화 대비 달러화의 약세 압력이 가라앉고 있지 않는 셈이다.

최근 미국과 독일의 금리 격차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경제 전망이 낙관적인 상황에서 독일 국채(분트) 금리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낮게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이례적인 금리 격차는 먼저 미국과 유럽의 경기 순환주기가 서로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 주기가 유럽보다 앞서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유럽보다 더욱 커졌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미국이 유럽보다 더욱 빠르게 경기 침체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 둔화는 곧 글로벌 경기 우려로 확대돼 분트와 같은 글로벌 채권 금리를 끌어내린다는 얘기다.

다른 배경으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정책이 꼽힌다.

ECB의 통화긴축 전환은 가장 초기 단계에 머물며, 여전히 채권매입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고, 금리인상은 빨라도 내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ECB의 통화정책은 단기금리의 움직임을 억제하면서 장기금리의 상승세도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WSJ은 "ECB가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상황에서 (분트의) 커브 스티프닝도 보수적인 투자자에게는 독일 채권 매력도를 키우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양 채권 금리의 격차가 다시 확대되며 유로화 대비 달러화의 약세도 시장 참가자들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환율의 이런 엇박자는 재정정책에 기인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

신문은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확대되며 그것을 상쇄할 필요성도 커졌다"며 "미국금리상승과 달러 약세는 그런 측면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미국과 달리 유로존의 경우 예산 과잉 정책에 나서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는 당장의 금리 격차 확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WSJ은 "독일 금리의 낮은 수준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오를 여지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지금으로써는 금리가 더욱 빠르게 움직이는 미국 채권을 집중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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