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5조, 8조, 자기자본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증권업계에서 첫 증권맨 사장이 등장했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를 대표하는 NH투자증권 정영채 IB 부문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증권업계 산증인인 그는 오너 없는 증권사에서 첫 사장으로 발탁됐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IB사업부 정영채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정 사장은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증권에서 자금부장, IB부장, 기획본부장, IB담당 상무 등을 역임했다.

NH투자증권에는 2005년 당시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의 IB사업부 대표로 합류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인 5대 초대형 IB 대부분은 오너십이 강한 회사다. 오너 회사가 아닌 곳도 초대형IB 인가를 받기 전에 합병을 했고, NH투자증권 역시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을 했다. 합병 당시 사장이 떠나고 첫 합병 이후 사장이 정 사장이다.

첫 출발부터가 증권맨이고 최근에 몇 안 남은 증권맨 정 사장은 오래 전부터 '사장감'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가 거쳐 간 곳마다 뚜렷한 업적을 남겨서다.

대학 시절 김우중 전 대우증권 회장으로부터 투자를 끌어낸 사연, 그 인연으로 대우그룹에 들어왔다가 대우증권 자금부장으로 대우그룹 자금을 총괄했던 사연 등은 이미 알만한 사람들에겐 잘 알려져있다.

대우그룹 위기에 자금 담당으로, 대우그룹 사태를 몸소 체험했다. 당시 그 안에 있으면서도 대우사태 당시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쪽박과 대박을 경험한 산증인으로, 그는 채권시장에 영향력을 키웠다.

정 사장 시대를 기대하는 채권맨들이 아직도 있을 정도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박종수 전 금융투자협회 회장 등이 대우증권에 같이 근무했던 인물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 등 대우 인맥이 증권업계에는 여전하다.

정 대표는 대우 사태 당시 채권, 자금부장에서도 빛이 났다. 대우증권 채권맨으로 아직도 유명하다. IB로 옮기고 나서는 더욱 '정영채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매년 IB 부분 상을 휩쓰는가 하면,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실행한 여의도 파크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관을 통해 1천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려 시장에 다시 이름을 알렸다. 여의도 파크원 사업은 단일 프로젝트에서 올린 수익으로는 업계 내 거의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상대가 다 됐다고 했다"라고 했을 때 그는 이미 그 시장을 접수(?)해 놓았다는 말이 그의 전성기 당시 들리곤 했다. 이 때문에 돈 되는 것은 다 한다는 'DDD'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서울대 '똥82학번' 중의 일원인 그는 학교 자금 운용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학교 자금 외에, 엄청난 인맥을 바탕으로 자본시장법 개정 등에도 힘을 보탰다.

업계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거론되던 정영채 사장이 선임되면서 다소 투자와는 거리가 먼 NH 금융그룹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IB는 물론 채권, 증권 등에서도 NH투자증권을 주목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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