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스와프포인트 레벨이 트레이더나 은행이 대응할 수준을 넘어섰다. '통각점(pain point)'이 어딘지 끝까지 가보려는 것 같다"

외환(FX) 스와프포인트 낙폭이 가팔라지면서 금융위기 수준의 패닉장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당국의 외화 유동성 공급도 미진한 상황에서 시장 참가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23일 외화자금시장에 따르면 전일 1년 만기 FX 스와프포인트는 전일보다 1.70원 하락한 마이너스(-) 14.50원, 6개월물은 전일보다 1.10원 하락한 -7.60원에 각각 마감했다.

3개월물은 전일보다 1.20원 내린 -4.50원, 1개월물은 전일보다 0.60원 내린 -1.95원에 마무리됐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 전부터 스와프포인트는 대부분의 구간에서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9년만에 최저치를 갈아치웠고, 전일 한미 금리가 역전된 후 역대급 낙폭을 기록했다.

1년물의 경우 지난 2012년 7월 12일 한국은행의 기습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전 거래일 대비 -2.20원 급락한 이후 약 6년만에 최대 낙폭이다.

여기에 분기말 에셋스와프 물량까지 쏠리면서 비드가 공백 상태에 들어서자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책성 비드와 같은 완충 세력이 부재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깊어지고 있다.

전일 정책성 비드는 1개월 구간에서 오전 5억 달러, 오후 3~4억 달러가량으로 10억 달러를 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적으로 외환 당국은 스와프 시장에서 시장 가격이 크게 아래로 쏠릴 경우 외환보유액을 현물환 시장에서 팔아 선물시장에서 달러를 사는 거래를 해 가격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A외국계은행의 스와프딜러는 "고객이 가격을 달라고 해도 줄 수가 없다"며 "지금 시중은행에 스와프 포지션 한도가 정해져 있고 달러 단기 채무에 대한 규제도 많은 상황에서 은행이 무한정 '셀 앤 바이(sell and buy)' 할 수도 없으니 지속적으로 손절이 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딜러는 이어 "당국의 개입이 지난달 대비 3분의 1도 안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달러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더욱 부각될 수 있고 리스크오프 전조로 보는 곳도 많다"고 지적했다.

B시중은행 스와프딜러도 "스와프 시장만 놓고 보면 분위기는 거의 금융위기가 온 것 같았다"며 "시중은행 입장에선 보험사, 일반 기업들 해외투자하는 데 대한 롤오버 물량이 계속 나오는데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딜러도 "장중에 사실상 비드 공백이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은행이 거래를 할 수 없다"며 "정책성 비드라든지 속도조절을 통해 시장에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 상황인데 매수가 거의 안 나온다는 걸 시장 참가자들이 인식하면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스와프포인트가 하락하면 국내 기관의 환헤지 비용이 증가하며 각종 연기금과 보험사 등 해외채권 투자자들의 롤오버 손실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스와프포인트 수준이 너무 낮을 경우 역외 시장 참가자들에겐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적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스와프 시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평소와 같은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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