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3월에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여 다음 달 12일 연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운신의 폭을 제한할 전망이다.

28일 연합인포맥스가 금융기관 8곳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월대비로는 0.23% 증가한 수준이다.

소비자물가는 작년에 한은의 목표치인 2% 부근에서 움직이다가 10월 1.8%, 11월 1.3%, 12월 1.5%, 올해 1월 1.0%, 2월 1.4%로 상승 폭이 축소됐다.

시장의 전망대로 3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다음 달 12일에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제한될 전망이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지만, 국내 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물가 지표가 공식 발표되면 장내에 이런 전망이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는 인식은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2018년 4차(2월 27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기조적 물가 하락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 정도로 경기회복이 견고해질 때까지 현재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올해 물가 흐름이 1월 전망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근원물가 오름세가 완만하게 높아지겠지만, 반등 모멘텀은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1월 소비자물가가 1% 상승에 머무르고, 근원인플레이션율도 1%대 초반으로 하락하는 등 하방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상반기 중 물가 상승률이 1.5%에 이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과 통화정책 당국의 이런 평가를 고려할 때 이주열 2기의 첫 통방 금통위인 4월 금통위는 사실상 그냥 지나가는 회의가 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은 총재가 교체될 경우 금통위 의장인 총재가 경제 여건을 충분히 살펴보고 조율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기됐던 '4월 금통위 패싱론'이 기존과는 다른 이유로 다시 힘을 얻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와 관련한 불확실성,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이벤트도 금통위가 스탠스 변화를 유보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는 재료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물가와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한은이 통화정책 스탠스를 급하게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주열 2기 첫 통방 금통위에선 차분한 모습이 연출될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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