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런던 은행 간 금리(리보, Libor) 상승세가 심상찮다. 대략 200조달러에 달하는 관련 시장이 전방위적 압박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 분기말 요인까지 겹친 리보 상승세

3개월 만기 미국 달러화 리보는 27일(현지시간) 2.302%까지 치솟았다. 지난 2008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리보는 기업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달러 기반 금융계약 200조달러에 활용된다.

리보는 최근 6개월 만에 1%포인트 이상 상승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를 앞질렀다. 이런 상승세는 단기 자금 차입자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기업과 은행 등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분기말이 다가오며 리보의 추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의 단기자금조달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분기말 영향으로만 리보가 며칠내로 0.2%포인트 추가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분기말이되면 은행은 자사 대차대조표를 억제하는 동시에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균형을 다시 조정한다.

특히, 3월말은 일본의 회계연도 말이기도 하다. 대형 투자자금의 일본 이동이 빨라지면서 잠재적으로 자금흐름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리보의 빠른 상승세는 연준의 통화긴축 여파를 증폭시키면서 정책 당국의 의도보다 금융시스템 내의 자금 흐름을 더욱 빠르게 위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자금 경색 우려는 주식시장이나 다른 자산의 밸류에이션 증대 우려를 키우기도 한다.

◇ 기업부터 가계까지…금융시장 전방위적 압박

MUFG은행의 크리스 루프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자금조달 금리가 높아지면서 공장을 짓거나 설비를 구매하며 경제 성장을 돕는 기업의 향후 자금차입 계획이 잠재적으로 엉클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오랜 경제 확장기 동안 대규모로 부채를 떠안았던 이들의 압박이 시작됐다"며 "리보가 지금 속도로 계속 오른다면 정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투자신탁회사(리츠) 업계도 리보 상승 여파에 직면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리츠 업계는 더욱 많은 자금을 차입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차입 규모의 약 15%가 리보 기준의 변동성금리채권으로 구성됐다.

변동성금리채권은 시중금리가 낮으면서도 급등 압력이 커질 때 가치가 더욱 망가진다.

유디알(UDR Inc.)과 벤타스(Ventas Inc.) 등의 리츠 경영진은 리보 상승이 올해 자사 수익을 훼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디알의 경우 리보 상승 등으로 올해 예상 운영자금(FFO, funds from operations)이 주당 1.93달러에서 1센트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리츠업계의 FFO는 건물의 감가상각을 고려한 순익을 나타내는 지표다.

무선 및 방송통신 부동산회사인 아메리칸타워(American Tower Corp)의 제임스 다이컷 주니어 최고경영자(CEO)는 "리보 25bp 상승은 1천만~1천500만달러의 추가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단기 기업어음(CP)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연준에 따르면 90일마닉 미국 CP시장에서 비금융기업의 평균 자금 조달 비용은 1.94% 수준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리보에 묶인 일반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1조2천억달러에 달한다. 이들 차입자도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또한, 민간학자금대출과 같은 다른 형태의 소비자 채권금리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 "통화긴축 부작용 증폭시킬 수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현재 금융여건은 최근 1년만에 가장 긴축된 상태를 보였는데, 증시 약세와 더불어 리보 상승이 주요 배경으로 분석됐다.

WSJ은 "리보는 이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속도를 앞지르며 이코노미스트와 트레이더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며 "금융시스템에 대한 스트레스 신호로서, 시장에 경각심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와프시장이나 글로벌 중앙은행 간의 유동성 라인 등에서 대규모 달러 '스퀴즈'가 나타나진 않았다. 그런데도 전반적인 자금 여건의 기조 변화를 안일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헤지펀드 CC트랙솔루션의 로버트 사비지 CEO는 "리보 상승에 따른 달러 압박은 지난 9년간 채권에 주목하지 않던 시절이 지나가 버렸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시장은 자금, 특히 달러 자금을 짜내는 것을 여전히 과소평가한다"고 우려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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