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시장에 외국인이 돌아오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는 데다 달러 자산의 환 헤지 비용도 치솟는 상황이라 시장의 관심이 더욱 쏠린다.

◇ 외국인의 귀환

2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외국 투자자는 미국 국채 발행시장에서 지난 2016년 5월 이후 최대 규모로 물량을 담아갔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월21일 한때 3%에 육박(2.956%)하는 등 연초 이후 상승폭을 빠르게 늘렸다.

미국 정부가 감세 정책과 정부 지출 증대에 따라 채권 발행을 키우면서 채권시장의 공급 압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투자자는 이런 정부 정책이 결국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시장 베팅에 나섰다.

10년물 금리는 2월말부터는 추가 상승세가 제한됐고, 2일 기준 2.73%까지 내려앉았다. 이런 금리 하락세에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국인이 약 2년여 만에 최대치의 매수세를 기록할 만큼, 그동안 외국인의 존재감은 약화하던 상황이었다. 미국 국채시장에서 외국인은 수십여 년간 핵심적인 구매자였지만, 지난 2015년부터 매수 규모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른 주요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에도 전격적인 통화긴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 환율 방어에 나선 중앙은행들

외국인이 다시 국채시장으로 귀환한 데는 우선 미국 달러가치의 약세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달러 약세는 상대적으로 신흥국 통화 가치의 강세로 이어졌고, 자국 통화 가치의 강세를 방어하기 위해 신흥국 중앙은행의 미국 국채 수요가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앙은행은 일반적으로 자국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의 지나친 절상을 막고자 한다.

브레드 세서 미국외교협회(CFR) 이코노미스트는 "달러가 약해지면 일부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 가치가 강해지는 것을 방어한다"며 "그러므로 달러가 약해지더라도 역설적으로 미국 국채의 외국인 수요가 더욱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오펜하이머펀드의 크리시나 메마니 CIO는 "미국 국채의 외국인 수요 대부분은 중앙은행과 같은 정부 기관에서 비롯됐다"며 "민간 투자기관이 선호하는 고금리 회사채보다는 국채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해외 중앙은행의 미국 국채 매입 증가는 실제 지표로도 확인된다.

이들 은행 자료에 따르면 해외 중앙은행이 보관하는 미국 국채 규모는 지난 3월 3조1천억달러로, 1년 전보다 7% 증가했다. 1년 동안 글로벌 달러 지수가 7.3% 하락하는 동안 중앙은행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비례하게 늘어난 셈이다.

◇ "미 국채금리 계속 끌어내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미국 국채 투자는 미국 무역 적자의 부산물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 수출기업은 종종 축적한 달러를 활용해 미국 국채 투자에 나선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유럽과 일본 투자자의 달러 환 헤지 비용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실제 일부 외국인은 미국 국채시장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투자자 가운데서는 헤지 없이 기꺼이 달러 자산을 사들이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외국인의 이런 수요는 당분간 국채 금리를 계속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국인이 채권시장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미국 국채 보유 규모를 눈에 띄게 늘릴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이미 6조달러를 넘어서 만기상환 자금을 신규 발행물에 재투자만 해도 국채 금리를 계속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커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요소다.

중국의 무역수지가 악화하면 미국 국채를 투자할 달러 여력도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티로우프라이스의 브라이언 브레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미국)는 분명히 중국과 같은 외국인 매수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