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작년 하반기 이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있던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상승하는 경향이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찾고자 했던 숏(매도) 베팅 세력이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밋밋한' 기자간담회 이후 포지션을 정리하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는 12일 예정된 금통위에서도 기준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수도 있는 만큼, 숏 포지션이 사전 구축될 가능성이 있다.

또는 물가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것에 무게를 두고 롱(매수) 포지션을 미리 잡을 수도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31일부터 올해 2월 27일까지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5번의 금통위 이후 달러-원 환율은 항상 올랐다.

시점은 금통위 당일 오전 11시가 넘어 이주열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시작되고 나서다.

가장 최근인 올해 2월 27일 달러-원 환율은 1,068∼1,069원대에서 공기업 결제수요로 하단이 받쳐지다가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이후 1,073.00원까지 뛰었다.

당시 달러-엔 환율과 역외 위안화 환율(CNH)이 오르면서, 사전에 짧은 호흡에서 포지션을 잡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투자자의 숏커버 움직임이 감지됐다.

외환시장의 주목도가 높지 않았던 금통위였던 데다 회의 결과도 시장 전망과 다르지 않았지만, 금통위 이벤트 자체를 포지션 플레이의 기회로 삼은 주체가 있었다.

이주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기저효과로 물가가 낮은 수준을 보이다가,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월 27일 달러-원 환율 틱 차트. 연합인포맥스 5000>



올해 1월 18일 금통위에서는 기자회견 이후 1,069원대 달러-원 환율이 1,071.80원까지 조금 올랐다.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이었던 이주열 총재의 발언으로 역외 숏커버가 유발됐다.

이 총재는 "1%대 후반 물가 수준을 인플레이션 리스크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환율 쏠림 현상으로 짧은 기간에 하락 폭이 컸다"며 빠른 원화 강세도 언급했다.

6년 5개월 만에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한 작년 11월 30일 금통위에서는 특이한 움직임이 관측됐다.

금리 인상이 충분히 예상되고 있었지만, 이 총재의 간담회 이후 달러-원 환율이 1,080원대 초중에서 1,090원 선으로 순식간에 5∼7원 튀었다.

금통위 이벤트를 차익 시현 계기로 삼은 역외 투자자의 숏커버와 신규 롱 플레이가 나왔다.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환율이 빠르게 오르고 난 뒤 외환당국 경계심이 불거졌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달러-원 환율은 1,120원대에서 금통위 하루 전일 1,075원대로 수직낙하한 바 있다.

급격한 원화 강세는 캐나다와 통화스와프 체결 및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전망 영향이 컸다.





<올해 1월 18일(윗줄 왼쪽), 작년 11월 30일(윗줄 오른쪽), 작년 10월 19일(아랫줄 왼쪽), 작년 8월 31일(아랫줄 오른쪽) 달러-원 틱차트. 인포맥스 5000>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왔던 지난해 10월 19일에도 달러-원 환율은 올랐다.

이주열 총재의 기자회견을 기다리며 횡보하던 달러화 소수 의견이 있었다는 소식에도, 오히려 상승하기 했다.

달러-원 환율은 1,130원에서 1,134원으로 조금 올랐다.

금통위보다 아시아 통화 약세 흐름을 달러-원이 따라갔다는 진단이 우세했다.

이 과정에서 일정 규모의 일반기업 결제 수요가 꾸준하게 나왔다.

지난해 8월 31일에는 기자회견 이후 1,124원에서 1,127원으로 조금 상승했다.

이 총재는 견실한 경제 성장세 속에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당시 기자회견에 대해 "통화정책이 인상 쪽이었다는 점이 재확인됐었다"고 전했다.

외환시장의 한 참가자는 "외환시장이 금통위에 큰 관심을 두지 않더라도, 일부 참가자들은 플레이를 하는 모멘텀으로 삼는 듯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작년 1월 13일, 2월 23일, 4월 13일, 5월 25일, 7월 13일 등 5번의 금통위가 있던 날의 달러-원 환율은 모두 전일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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