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등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이 거시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서울채권시장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외국인 자금 유입 규모가 크지 않다며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19일 연합인포맥스 채권별 거래종합(화면번호 4556)에 따르면 올해 중 외국인은 국내 채권을 17조9천억 원가량 사들였다.

지난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하면서 한국 기준금리인 1.50%보다 높아졌다.

양국 간 기준금리마저 역전되면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와 반대로 외국인은 오히려 한국 채권에 대한 매수 강도를 높였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단기자금유입이 큰 규모는 아니다"며 "현재로써는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잔고는 103조4천억 원이다. 3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를 고려하면 현재 외국인 잔고는 이보다 더 많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외국인은 지난해 8월 107조 원 수준까지 국내 채권 보유를 늘리기도 했다. 이후 한은의 금리 인상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잔고가 100조 원 밑으로 떨어졌었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한국은행의 진단이 안이하다며, 우려의 눈빛을 쉽게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은 거시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악성 자금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악성 자금의 유입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외환 당국이 금리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한은이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외환시장 개입이 쉽지 않다면 외국인이 역내에서 원화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팀장은 "금융위기 전에도 한은이 금리 차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았고, 변동성 축소에 따른 파생상품 등장이 결국 금융위기에 환율 급등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며 "미국 IRS와 한국 IRS 차이보다 더 아래 스와프 포인트가 있는데, 악성 자금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당국은 이에 대한 기대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홍철 DB 금융투자 연구원은 "세계 경기가 호황일 때 신흥국이 느슨하게 통화정책을 실시하는 데다 한국은 구조적인 경상 흑자와 원화 강세압력으로 악성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환헤지한 해외 투자로 거시건전성이 하락하는 데다 국내 채권 발행이 많이 늘어나지 않아 장기투자기관이 역마진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시장에서의 개입이 점점 어려워진다면, 거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금융시장의 자생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yje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