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정부의 후분양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며 국내 주택분양보증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리스크 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타 기관 대비 높은 보증배수를 적용받는 데도 위험도가 높은 프로젝트파이낸스(PF)보증과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택분양보증 등을 분리하지 않고 관리하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를 불렀던 미국 주택분양보증기관의 사례를 참고할 때 국회 등 외부기관의 감시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택보증, PF보증 등을 포괄한 HUG의 보증배수는 자기자본의 50배다. 신용보증기금이 자기자본의 20배, 주택금융공사가 30배를 적용받는 점을 고려하면 월등히 높다.

이는 HUG가 국내 주택분양보증을 독점하고 있어 원만한 주택공급 등을 위해 주택도시기금법에서 허용해 준 것으로 풀이됐다.

문제는 HUG가 주택분양보증 외에도 PF보증, 정비사업장 보증 등 위험도가 상이한 다양한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데도 여기에 대한 외부감시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동일인 또는 동일기업에 대한 보증 한도도 명시되지 않아 특정사업 또는 기업에 대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HUG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 중인 주택금융공사가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을 통해 동일인 또는 동일기업에 대한 규제를 받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후분양제 도입으로 보증기관의 PF보증 비중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리서치 2018년 1월호에 실린 '후분양제도와 보증기관 리스크 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자가 비용을 대부분 조달하는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분양보증은 줄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보증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사업자가 사업 후반에 분양할 때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유지해야 하므로 상환 리스크도 선분양 때보다 확대된다.

특히 HUG는 국내 보증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데도 보증발행을 한도액까지 가득 차도록 운용하는 등 방만한 모습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국회 등에 따르면 HUG의 보증 운용배수는 올해 말 자기자본의 49.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증자를 통한 보증배수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보증배수를 자기자본의 30배로 적용받고 있는 주택금융공사는 적정 운용배수를 10~14배로 보고 이에 맞게 운용하고 있다.

HUG 관계자는 "사규에 분양보증, 금융보증, 고위험보증, 기타보증 등 4개군별로 구분해 공사 자체적으로 한도 관리를 하고 있다"며 매년 감사를 통해 법상 보증배수 안에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자를 받고 당기순이익, 자본잉여금을 다시 자기자본으로 편입하면 연말에는 운용배수가 40배 정도로 낮아질 것"이라며 주택공급이 정점을 찍어 분양물량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운용배수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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