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 수익률곡선(커브)이 수 년만에 가장 평탄화하며 재무부의 국채 발행 기조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본적으로 커브 플래트닝이 심화할 경우 정부의 장기채 발행 규모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격차는 26일 53bp로 1주일 사이 10bp 가까이 반등했지만, 여전히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커브 플래트닝에 따라 내달 국채 발행에서 장기채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채권 커브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의 샘 엘프린스 채권 애널리스트는 "재무부가 커브 플래트닝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 장기채 발행을 늘린다면 '규칙적이고 예측가능한 발행'이라는 기본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부가 커브 플래트닝에서 장기채를 발행하고 스티프닝에서 단기채를 발행하는 등의 요행은 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커브 플래트닝은 정부 입장에서 차입 비용 상승을 억제하는 좋은 기회다. 특히, 올해 부채상환액은 미국 연방 예산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영리 기관 '책임연방예산위원회(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 CRFB)'에 따르면 올해 정부 부채 이자 지급액은 국내총생산(GDP)의 3.5%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작년 1.4%보다 크게 오른 수준이다.

장단기 금리 축소는 정부와 같은 대출기관이 장기간에 걸친 자금 조달에서 프리미엄 지불 부담을 이전보다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10년물과 2년물 금리 격차가 53bp라는 것은 정부가 10년간의 고정 차입 비용을 묶어두기 위해 향후 2년간 53bp의 프리미엄만 지불하면 된다는 뜻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고려하면 채권 발행을 통한 장기 차입에서 롤오버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롤오버 리스크란 시중금리 상승 국면에서 기존 채권의 만기도래로 더욱 높은 금리의 신규물을 발행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재무부의 발행 기조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엘프린스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재무부는 지난 2월부터 재무부차입자문위원회재무부 차입 자문 위원회(Treasury Borrowing Advisory Committee)의 권고에 따라 단기물 발행규모를 늘리고 있다. 2월 2년물과 3년물의 발행 규모는 위원회의 권고안을 각각 10억달러 이상 초과하기도 했다.

단기채 발행을 늘리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재무부가 커브를 이유로 발행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재무부가 단기채 발행을 늘리는 것은 잔존발행액 평균 만기의 추가 연장을 방지하는 목적도 있다.

이전의 사례를 보더라도 재무부가 당장 장기채 비중을 늘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2년물과 30년물 금리 격차가 지난 2014년 1월만해도 340bp였으나 올해 1월에는 80bp까지 축소됐다. 지난 1월 재무부는 계속해서 30년물보다는 2~3년물을 더욱 많이 발행했다.

지난 2000년 2월에는 커브 역전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당시 재무부는 잔존발행액의 평균 만기가 너무 길어서 단기물 발행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5년 간 미국 30년물·2년물 금리 격차 추이>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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