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내 마지막 인수합병(M&A)은 은행이다"

동원그룹이 인수한 한신증권을 이제는 20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은행지주로 키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071050] 부회장에겐 세 명의 멘토가 있다.

제조업 기반의 재벌 2세가 금융투자업을 시작으로 은행업까지 도전하는 데는 과거 원양어선에서 참치를 잡으며 스스로 쌓아온 경험보다 더 큰 스승의 가르침이 필요했다.

업계 10위권 진입도 어려워하던 동원증권이 자신의 몸집보다 더 큰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크고 작은 M&A에 뛰어들 때마다 그는 자신의 멘토들을 찾아 조언을 들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과 어윤대 전 KB금융지주[105560] 회장, 그리고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055550]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김 부회장은 세 명의 멘토 중 가장 맏형 격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한국투자금융지주 고문으로 모셨다. 58%의 지분으로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에 오른 만큼 향후 인터넷전문은행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자문을 받기 위해서다.

김 전 회장과의 연은 부친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김재철 회장은 김승유 전 회장이 하나은행장을 지낸 1997년부터 2005년까지 9년이란 시간 동안 하나은행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업은 달랐지만, 서로의 경영 고민을 털어놓는 둘도 없는 사이였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아버지 대에서부터 시작된 연은 자연스럽게 아들에게까지 이어졌다.

김재철 회장이 금융은 젊은 사람이 해야 한다며 한신증권을 김 부회장에게 넘기면서 김승유 전 회장은 김 부회장을 아들처럼 살뜰히 챙겼다.

은행 전문가를 멘토로 모신 덕에 김 부회장의 은행에 대한 꿈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2003년 당시 동원증권은 하나은행 지분을 5% 넘게 보유하며 2대 주주에 올라서기도 했다. 하나은행이 M&A 시장에 등장하자 한국금융지주의 인수 가능성이 거론됐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고려대라는 학맥은 둘의 사이를 더 끈끈하게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지주 '4대 천황'이란 타이틀 아래 고려대가 금융권 핵심 인맥으로 부상한 무렵 61학번인 김승유 회장과 83학번 김남구 부회장은 고려대 재단 고려중앙학원의 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도 학맥으로 이어진 사이다.

고려대 63학번인 어 전 회장은 김 부회장이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하던 시절 학과 부교수를 지낸 진짜 '스승'이다.

한국국제경영학회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한국금융학회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심사소위원장, 한국경영학회장 등을 지낸 어 전 회장은 금융업 전반에 대한 가르침을 전하기 충분했다.

KB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며 김승유 전 회장과 함께 '4대 천황'으로 불리던 시절에도 김 부회장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현재 JB금융지주 상임고문을 역임 중인 어 전 회장은 최근 LIG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금융투자업계에 대해서도 김 부회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남 강진 출신인 김남구 부회장과 전북 옥구 출신인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대표적인 호남권 금융 인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굳이 지역이 아니라도 오랫동안 김 부회장은 신 전 사장을 알아왔다.

신 전 사장이 일본 오사카지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김 부회장은 일본에서 게이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김 부회장이 정부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참여해 4%의 지분을 획득했을 때도 신 전 사장의 조언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우리은행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도, 은행에 대한 김 부회장의 꿈을 담기에도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딜이었다.

4%의 지분을 획득해 사외이사 추천권을 획득했을 때도 김 부회장이 1순위로 생각한 사람이 신 전 사장이었다.

김 부회장은 요즘에도 자신의 멘토들과 종종 식사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7일 "은행지주로 거듭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우리은행이나 카카오뱅크를 통해 더 큰 시너지를 낼 여력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며 "김승유, 어윤대, 신상훈 모두 국내 금융시장에서 상징적인 분들이라 김 부회장의 멘토가 되기 충분하다"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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