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채권시장에서 브로커의 '마크업(markup)' 공개 의무가 시행된다. 마크업이란 일반 투자자에게 매도하는 가격과 시장조성자의 매도 가격 간의 차이에서 나온 가격할증을 의미한다. 브로커가 일종의 영업 원가를 공개해야 하는 셈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음 주부터 채권 브로커는 리테일 투자자를 상대로 회사채와 지방채 등에 대한 마크업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투자자가 실제 수수료 수준을 알지 못한다는 오래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규정이다.

실제 리테일 투자자는 같은 채권에 대해서도 제각각의 가격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채권 브로커는 마크업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투자자의 거래 비용 비교 등을 어렵게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012년 보고서에서 총 3조8천억달러에 달하는 지방채 시장이 가격 투명성 부족으로 공정성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규제 당국은 브로커의 마크업 수준이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크업이 일반적으로 채권가격의 3% 이상인 경우 추가적인 규제가 적용된다. 거래 호가가 크게 얇은 경우에는 대규모 수수료 청구도 가능하다.

마크업 이외에도 마크다운(markdown) 내용도 공개해야 한다. 마크다운은 채권을 만기도래 이전에 매각할 때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가격 할인을 뜻한다.

규제 당국은 이번 규정으로 채권시장 투명성이 상당 수준 개선되고, 투자 비용은 절감될 것으로 기대했다.

SEC 산하 자율규제기관인 지방증권규제이사회(MSRB)의 리네티 켈리 회장 겸 CEO는 "이번 정보는 리테일 투자자가 브로커와 대화할 수 있는 출발점이며, 정보에 근거한 거래비용 결정권을 투자자가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이번 규정으로 일부 투자자는 '스티커쇼크(비싼 가격에 따른 충격)'를 겪고, 더욱 낮은 수수료로 브로커와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채권 직접 투자보다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펀드 형태의 투자 방식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규정이 오바마 행정부 말미에 급하게 제정된 것으로, 투자자에게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규정에 따르면 브로커는 이미 종이 형태로 보낸 거래 확인서에 마크업 내용만 추가하면 된다.

이메일 등의 전자형태 방식도 가능하지만, 거래 확인서 대부분이 종이 우편으로 전달되는 만큼, 실제 투자자가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규정 당사자인 브로커들은 지난 수십년동안 규정 제정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마크업 계산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고객에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게 브로커업계의 주장이다.

하루에 수천 번씩 집합적으로 판매되는 채권의 마크업을 계산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이것을 자동화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고 브로커들은 토로하고 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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