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감독원이 그간 소외됐던 아시아계 은행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역 지원에 나섰다.

최근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국내 은행을 돕고자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해당 지역 외국계 은행을 보살피겠다는 뜻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8일 아시아계 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외국계 금융회사 CEO와의 금융당국 간 회동은 정기적으로 있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국내 영업비중이 큰 미국과 유럽계 투자은행(IB)이나 보험사가 주로 참석했다.

정작 국내 은행의 국가별 해외점포 진출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아시아계 은행들은 우리나라에서 소외돼 있었던 셈이다.

이중 동남아시아 지역은 정부의 신 남방정책 분위기와 맞물려 국내 은행의 진출 수요가 급증한 곳이다.

특히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은 높은 성장성과 인프라 확충을 위한 금융수요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와 인도, 필리핀에 그룹 차원의 공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금감원은 상호주의적인 차원에서 아시아계 은행 대상 간담회를 처음으로 준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인도 SBI은행과 인도네시아 느가라은행, 필리핀 메트로은행, 필리핀 BDO 은행, 그리고 파키스탄 국립은행 등 5곳이 참석했다.

그간 한 번도 국내 금융당국의 부름을 받은 적이 없었던 터라 이들 은행은 간담회 시작 한 시간여 전부터 도착하는 등 적잖은 긴장감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간담회가 시작되자 그간 말하지 못했던 궁금증과 건의사항이 쏟아졌다.

아직 국내 영업 규모가 크지 않은 터라 외화 송금과 외은 지점 검사, 외환 건전성 부담금 납부 등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일부 건의사항은 금감원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직접 전달했다.

이날 금감원은 이들 은행에 우리나라 진출을 희망하는 현지 은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또한, 기재부 등 정부 관련 부처와 접촉이 쉽지 않은 외국계 은행의 사정을 고려해 이들 은행의 건의사항을 수시로 취합해 전달하고, 금감원 차원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더불어 최근 미국 등을 중심으로 외국계 은행의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한 내부통제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이 부분도 신경 써 달라고도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이 늘고 있는 만큼 현지 은행에 대한 감독 당국의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아시아에 이어 아랍 등 그간 소외됐던 외국계 은행에 대한 지원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