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이탈리아 국채시장의 매도세가 심상찮다. 이탈리아 국채 매도는 지역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dms 22일(현지시간) 이런 이탈리아의 어려운 상황으로 투자자가 '이를 갈고 있다(greek their teeth)'고 보도했다. 시장 투자자는 이탈리아의 경기 회복세를 보고 자금을 쏟아부었는데, 변덕스러운 등락 장세에 노출되거나 자금을 대량 철수해야 입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 선망받던 투자처 이탈리아

얼마 전까지 이탈리아는 현지 은행들이 불량 대출문제를 해소할 것이란 기대 속에 투자자의 큰 인기를 끌었던 곳이었다. 이탈리아 주식시장 수익률은 여타 유럽 국가와 미국 등을 앞질렀고, 국채 금리 역시 여타 국가 대비 떨어졌었다.

지난 3월 선거 이후 오성운동과 동맹의 두 정당이 연정 구성을 추진하며 상황은 달라졌다. 이들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 프로그램에 대규모 재정 지출과 유럽연합(EU)과의 주요 협정에 대한 재협상 요구 등을 포함했다.

신용평가사는 차기 정부의 이런 계획이 국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채권 매도세가 촉발했고, 이탈리아와 독일 간의 10년물 국채 금리 격차는 지난 주에만 50bp가 확대되며 175bp수준이 됐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빠른 속도의 급등세였다.

국채시장은 큰 혼돈에 빠졌다.

이탈리아 국채시장은 여전히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 매입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ECB 매입에 따라 글로벌 자금의 의존도는 줄었다. 이탈리아 국채시장의 비거주 투자자의 보유 비중은 32%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차기 정부의 국가 운영이 유럽 기관과의 관계를 악화할 것인지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배경이다.

더욱이 이탈리아의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은 여타 유럽 국가보다 국채시장과 더욱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 호가도 사라진 국채시장

현지 은행의 국채 딜러들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변하며 은행 간 시장에서는 이번 주 일부 국채 유동성이 한때 고갈되기도 했다. 이처럼 호가를 찾기도 어려운 것은 지난 2011~2012년에는 흔한 일이었지만, 최근 수년 사이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딜러들의 설명이다.

ECB 규정에 따르면 국가 신용등급이 투자적격등급인 이상 해당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은 주요 3대 국제신용평가사에서 정크본드 수준보다 각각 두 단계 높은 수준이다.

악사투자운용의 크리스 이고 채권부문 CIO는 "이탈리아 신용등급이 정크 수준으로 내려앉는 것은 큰 정치적 요구일 수 있지만, 그것은 현실적인 리스크이기도 하다"며 "이탈리아 은행과 기업에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많은 투자자가 이탈리아에 과매집 상태였고, 높은 수익을 올렸다"며 "매수 포지션을 철회하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계 은행이 보유한 자국 국채 비중은 자산 대비 8.5%로, 여타 유로지역 은행의 3.5%와 비교하면 크게 높은 편이다.

WSJ은 "이탈리아 금융기관에게 국채시장의 건전성은 가장 중요(paramount)하다"고 진단했다.

BCA리서치의 다벨 조시 수석투자전략가는 "(차기 정권이 구상 중인) 부채 구조조정은 이탈리아계 은행을 죽일 뿐"이라며 "심지어 채권의 10% 헤어컷도 시스템을 손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문디자산운용의 이사벨 빅필립 유로 금리 및 인플레이션 헤드는 "은행과 국채의 연계성은 과거보다는 약하지만,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금융시스템 규모가 작지 않은 편이라는 것도 투자자의 근심거리다.

빅필립 헤드는 "포르투갈이나 그리스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탈리아는 큰 국가고, (그만큼) 대형 리스크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있다. 이탈리아의 경기와 재정 건전성 등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블루베이자산운용의 마크 스테이시 크레디트 펀드 매니저는 "이탈리아 은행주를 내다 파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그들의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런데도 추가적인 상황 악화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최근에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를 매입했다"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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