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갑작스러운 북미 정상회담 취소가 국내 금융시장과 외국인 채권 자금동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느라 분주하다.

시장참가자들은 25일 채권시장이 북미정상회담 이슈를 가격에 많이 반영하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이슈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외국인 채권자금은 단기물 비중이 높아 이번 북미회담 이슈보다는 환율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전일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변동성도 크지 않았던 만큼 외국인 자금이 북미정상회담 이벤트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합인포맥스 투자주체별 장외채권 잔고(화면번호 4260)에 따르면 실제로 전일 외국인의 전체 장외채권 잔고 약 108조 원 중 3년 이하 단기물이 60조 원을 넘어 전체의 약 56%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미국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써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강경 발언을 이유로 들며 지금 시점에서 회담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이 같은 발언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 부상은 미국과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며 다소 차분한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A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외국인 자금유입이 단기물 중심으로 됐는데, 이는 스와프 포인트 등을 보고 들어온 자금 같다"며 "정치적 이벤트로 자금 유출을 걱정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고 풀이했다.

그는 "다만, 외국인 주식자금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주식자금 흐름에 따라 채권이 간접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B 증권사의 채권 딜러도 "NDF도 큰 반응이 없어 외국인 동향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다"며 "또한, 북한이 예상과 다르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면서 위기감이 고조되지는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참가자들은 시장 불확실성이 다소 확대되면서 제한적인 강세를 시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C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본부장은 "어제 달러화도 크게 강해지지 않아 환율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 같다"며 "시장도 미국과 북한 지도자들의 변덕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황이라 급격한 반응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는 불확실성 확대에 강세재료로 작용할 것 같은데 최근 며칠 시장이 강했던 만큼 강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D 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은 "북한만 아쉬운 상황이라 저자세로 나올 것이다"며 "회담은 다시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데 시기만 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이벤트로 시장 금리가 변동한다면 시장은 오히려 포지션을 잡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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