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우려와 급격한 달러 강세, 주요 산유국 증산 전망이 겹치면서 급락했다.

1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83달러(2.7%) 급락한 65.0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6일 이후 최저가다. WTI는 이번 주 1%가량 하락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주요 산유국 증산 가능성과 글로벌 무역전쟁, 주요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이후 달러화 동향 등을 주목했다.

미 백악관은 이날 중국산 중요 기술 제품 등 1천102개 품목 500억 달러 상당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대상 품목에는 중국이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첨단 기술 제품이 대거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다른 많은 국가의 성장을 훼손하는 중국산 품목들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추가 관세로 대응하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340억 달러 상당 818개 품목에 대한 관세는 7월 6일부터 부과되며, 16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 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도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발표 직후 '동일한 규모로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기존 무역관련 합의도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어 약 500억 달러 상당 659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7월 6일부터 545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114개 품목에 대해서는 향후 부과할 계획이라고 대응했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맞교환하면서 향후 추가적인 관세 부과 등 갈등 격화 우려가 급부상했다.

무역갈등 우려로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가 장중 한때 20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등 위험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주요국 증산 가능성도 한층 짙어졌다.

러시아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전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원칙적으로 증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 OPEC 산유국들이 향후 점진적으로 하루평균 150만 배럴의 원유를 시장으로 되돌려 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사우디의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도 다음 주 산유국 회동에서 합리적인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페트로매트릭스의 올리비아 자콥은 "증산 스위치가 켜졌다"고 평가했다.

달러가 급격하강세를 보인 점도 유가의 하락 압력을 가중했다. 달러는 전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내놓으면서도 내년 여름까지 장기간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유로화가 가파르게 떨어진 데 따라 강세를 보였다.

이날 달러 지수(DXY)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95.13까지 올랐다가 상승 폭을 다소 줄였다.

유가 선물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유가의 하락 압력이 커진다.

여기에 미국 원유시추업체 베이커휴즈가 발표한 이번주 미국 내 운영 중인 원유채굴장비 수는 863기로 지난주보다도 1기 더 늘었다. 이는 지난 2015년 3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유가 전문가들은 주요국 증산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만큼 유가 하락 압력이 유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즈호의 밥 야거 에너지 담당 이사는 "OPEC의 회동과 관련해서는 모두가 증산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남은 질문은 얼마나 늘리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악시트레이더의 그렉 맥케나 수석 시장 전략가는 "예상으로는 미국이 사우디에 요구한 하루 평균 100만 배럴 증산보다는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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