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정부가 올해 고용목표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4조 원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동원하며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했지만, 올해 상반기 신규취업자 증가폭이 목표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현실에 머리를 숙였다.

정책효과로 노동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던 자신감은 사라지고 구조적 요인에 경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단기간 내 개선이 어렵다는 전망을 남겼다.

◇구조적·경기적 요인 복합작용

정부는 18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에서 올해 취업자 증가는 18만 명, 고용률은 66.9%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작년 말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했던 취업자 증가 32만 명에서 14만 명 줄었고, 고용률 67.3%에서 0.4%포인트(p) 내렸다.

내년 취업자 증가폭은 올해보다 다소 회복된 신규취업자 증가 23만 명, 고용률 67.2%를 제시했다.

정부는 올해 인구감소가 본격화되고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 영향으로 신규취업자 증가폭이 상반기 평균 14만 명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작년 상반기는 36만 명이다.

인구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올해 월 -3만5천 명, 2월 -4만2천 명, 3월 -6만3천 명, 4월 -6만6천 명, 5월 -7만8천 명, 6월 -8만 명으로, 정부가 작년 말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예상했던 연 4만 명보다 감소 속도가 가팔랐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조선업 구조조정 장기화 등으로 제조업 신규취업자가 올해 4월 -6만8천 명, 5월 -8만2천 명, 6월 -12만6천 명 등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임시·일용직 대폭 감소…저소득층 타격

경기적 요인도 일자리 감소를 불렀다.

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로 올해 1분기 도소매·숙박음식업종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각각 -0.1%와 -2.8%로 후퇴했다.

자영업자(종사자1~4인)는 올해 상반기 4만8천 명이 폐업했다. 작년에는 7만6천 명이 증가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임시·일용직은 전년대비 20만1천 명이 줄었다. 작년 상반기 -8만 명의 두 배를 뛰어넘었다.

이런 고용쇼크는 주로 고령의 저소득층에 집중됐다.

올해 1분기 기준 소득 분위별 가구주 취업 여부를 보면 저소득층인 1분위가 43.0%로 고소득층인 5분위(96.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소득 1분위가 25.8%로 5분위 10.5%의 두 배를 넘었다.

70세 이상 가구주 비중은 소득 1분위 43.2%로 가장 많았다. 2분위 11.6%, 3분위 5.0%, 4분위 2.4%, 5분위 0.9% 등이었다.

도규상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고령화 진전 속도,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 추세 등을 감안할 때 현재 상황을 방치하면 소득분배는 더욱 악화될 것이 우려됐다"고 말했다.

◇일자리에 쓴 재정만 20조 넘어…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예상치를 뛰어넘는 인구구조변화에 경기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정부의 일자리 목표 하향 조정은 입맛이 쓰다.

정부는 작년 말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일자리 정책효과 등이 노동수요를 자극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7년 129조5천억 원이던 보건·복지·노동 예산은 올해 146조2천억 원으로 16조7천억 원 이상 증액했다.

이 중 일자리 관련 예산만 17조1천억 원에서 19조2천억 원으로 2조1천억 원 더 늘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한국GM군산공장 폐쇄 등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 3조9천억 원을 일자리 만들기 목적으로 편성했다.

23조1천억 원의 예산을 일자리 만들기에 썼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자리의 양적 확대를 원하는지 고용안정성 강화와 같은 질적 개선을 원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 비율을 뜻하는 고용탄성치는 2011년 0.5에서 2012년 0.8로 잠시 오르다가 2016년 0.3, 2017년 0.4, 올해 1분기 0.2까지 떨어졌다.

더는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다는 의미다.

홍민기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애초 목표치가 너무 높았다"면서도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일자리 질의 문제를 강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일자리가 잘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양적인 지표를 정부정책의 목표로 세우는 것은 달성도 잘 안되고 무리한 목표가 되기 쉽다"고 덧붙였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정부의 목표가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리려고 했던 면이 있다"며 "이러면 단기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고 부작용도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