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국채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가격 결정력이 커지고 있다. 현물 움직임이 국채선물을 따라가는 웩더독(Wag the Dog) 현상도 심화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이슈와 대외 불확실성으로 포지션 구축이 어려운 틈을 타 외국인이 가격을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20일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3년 국채선물 9월물이 근월물로 거래되기 시작한 지난달 19일부터 전일까지 국채선물은 29틱 상승했다. 외국인은 6만2천737계약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155%에서 2.090%로 6.5bp 하락했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 5월 중순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대외불확실성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가 수급상 금리 하락의 큰 요인이 됐다.

특히 10년 국채선물에서의 매수가 두드러졌다. 이들은 5월 중순부터 10년 국채선물 순매수 규모를 키워나갔다. 주요 선물사에 따르면 외국인의 10년 국채선물 누적순매수는 8만 계약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 수준을 경신했다.

국내 기관이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적극적으로 포지션을 구축하지 못한 사이에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대거 매수하면서 가격 움직임을 주도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이 금리를 끌어내리면서 연저점 수준까지 내려온 만큼, 현재 레벨에서 적극적으로 매수하기는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다만 기준금리의 한 차례 인상이 이미 가격에 반영됐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지면 매수하려는 시장 참가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매매 의지가 매우 떨어진 셈이다.

결국 외국인의 가격 결정력은 상당 기간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채권시장은 내다봤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어제는 외국인이 10년 선물을 매도하면서 스티프닝이 됐다. 최근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추격매매하기에는 레벨이 낮아졌다"며 "당분간은 외국인 눈치를 보는 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채권딜러도 "외국인에 휘둘리는 장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금리 레벨이 많이 내려와서 지금 따라 사기에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팔 수도 없는 상황이다"며 "밀리지도, 강해지지도 않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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