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과거 재무부 장관이 의장을 맡던 시절로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월가 베테랑 전문가로 꼽히는 힐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딕 보브 주식 애널리스트는 22일(현지시간) CNBC 기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을 장악할 태세"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는 연준을 장악할 수 있고, 실제 장악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 FOMC 장악한 트럼프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가진 권한이다.

연준 이사회 내 일곱 개의 이사직 가운데 네 자리가 공석이다. 현재 있는 세 명의 이사 가운데 두 명은 트럼프가 지명했다. 또한, 다른 두 명이 트럼프의 지명을 받고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두 명이 이사회에 합류하면 트럼프는 또 다른 두 명을 지명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일곱 명 가운데 여섯 명을 트럼프가 결정하는 셈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열두 명의 위원으로 구성됐고, 이들은 국가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열두 명 가운데 일곱 명은 이사회 구성원이고, 나머지 다섯 명은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로 채워진다. 이 가운데 뉴욕 연은 총재는 대통령이 지명하고(당연직) 나머지 네 명의 총재는 워싱턴 이사회가 동의해야만 한다.

네 명 중 한 명인 닐 카시카리 미네폴리스 연은 총재는 이미 추가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규제 풀자는 트럼프

다음으로 규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잉 산업규제의 반대론자다. 반면에 연준은 국가 내에서 엄격한 규제를 주도하는 선두주자다.

지난 2010년 7월 도드 프랭크 법안이 통과된 뒤 연준은 은행산업 규제의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됐고, 은행은 경제 투자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 동시에 주택시장 내 은행 대출사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딕 보브는 "모든 정부 기관 중에 연준이 아마도 가장 구속적인 곳"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초과적인 규제를 바로 잡기 위해 이미 랜들 퀄스를 연준 부의장으로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퀄스 부의장은 정부의 시장 개입에 회의적이며, 연준의 정책 결정을 비판해왔다.

◇ 경제성장 주장하는 트럼프와 정면배치

세 번째 이유로는 경제 성장이다.

올해 2분기 비계절조정치 통화공급(M2)의 증가율은 0%였다. 화폐 공급은 전혀 늘지 않은 것으로, 연준이 매달 500억달러의 보유자산을 감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한, 연준은 지난 2015년 4분기 이후 일곱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런 통화 긴축은 지난 80년대 중반 폴 볼커가 연준을 이끈 이후 가장 긴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의 연준 통화정책은 경제 성장을 주장하는 트럼프의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딕 보브의 설명이다.

게다가 재무부는 이번 회계연도에 연방 부채에 대한 이자로 4천150억달러를 지불할 것으로 추정했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 추정치는 4천500억달러가 될 수 있다. 이 돈이면 많은 교량과 터널, 일자리 등을 만들 수 있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된다. 이 경우 연방 부채 청산도 수월해진다. 동시에 높은 이자율은 부동산 가치를 낮추지만 낮은 금리는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린다.

딕 보브는 "좋든 싫든 간에 연준은 정치화되기 직전에 있다"며 "연준을 창설하는 법안을 제정할 때 재무부 장관이 연준 의장에 지명됐는데, 우리는 그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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