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중국 인민은행(PBOC)의 의중이 중요한 가격 변수가 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서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힘을 받는 가운데 매일 오전 10시 20분경 발표되는 위안화 고시 패턴에 따라 달러-원 환율 방향이 잡히는 모양새다.

24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주요 2개국(G2)의 무역전쟁 발발 우려에 위안화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달 15일부터 전일까지 달러-위안(CNY) 환율과 달러-원 환율은 전반적으로 상승 일변도를 보이면서 각각 5.50%, 3.07% 올랐다.

달러 대비 절하율에 차이가 있으나 방향은 위안화를 그대로 따랐다.





<역내 달러-위안(CNY) 환율과 달러-원 환율(검은색) 추이 *자료:연합인포맥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될 경우 중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자국 통화 절하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특히 미중간 협상이 미진할 경우 오는 10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경우 금융지원 중단, 미국 조달시장 입찰 금지 등 중국 기업이 타격을 받게 돼 그 여파가 우리나라 기업과 수출실적에 영향을 주게 된다.

현재까지는 PBOC가 중립적이라는 시각이 유효하다. 지난 20일 달러-위안(CNH) 환율 급등에 인민은행의 매도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쏟아져 나왔고 전일 8거래일 만에 위안화가 절상 고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달러 강세 및 위안화 약세 비판 발언 이후 위안화가 계속해서 절하돼 환율전쟁 가능성이 부각됐으나 PBOC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통화를 경쟁적으로 평가절하해 수출을 자극할 생각이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그럼에도 위안화 고시를 주시하면서 이와 관련한 리스크 심리가 통화 및 증권시장에 주요 재료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하반기 달러-원 환율이 1,170~1,180원 선까지 연고점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환율전쟁으로의 확전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미국에서 계속해서 관세와 환율 문제를 건드릴 경우 PBOC가 위안화를 절하시켜 맞불 작전을 놓을 수 있고 이것이 주식 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해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달러 약세를 주장했으나 달러인덱스를 보면 오히려 반대였다"며 "이번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의 불협화음을 표면적으로 드러낸 가운데 신흥국 통화에서 원화의 경우 중국 위안화 절하 시 같이 따라간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FX스와프 시장에서의 경계 심리도 고조되는 형국이다.

향후 환율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달러 조달 비용 증가, 리얼머니 유출 가능성이 커지게 돼 지난 3월과 같은 스와프포인트 급락 등 패닉 장세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C외국계은행 스와프딜러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에서 금리 관련 발언보다는 위안화 절하에 대한 내용이 시장의 리스크 심리에 영향을 크게 줬던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헤지 목적의 거래 방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달러-원 환율이 이렇게 크게 움직이면 스와프 시장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이어 "현재까지는 달러 유동성이 좋지만, 환율전쟁 우려가 미국 쪽 금리 인상과 더불어 위안화 절하와 '셀 코리아'를 불러일으킬 경우 주식 투매와 자금 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유동성이 나빠지면서 스와프 시장도 망가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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