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노조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려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노조가 그간 금융당국이 추진해 온 각종 정책에 적극적인 입장 개진을 해 왔다는 점에서 새로울 것은 없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이전보다 목소리의 크기와 결이 다르다는 게 금융권의 반응이다.

비대면 활성화와 디지털 경쟁력 강화로 가뜩이나 은행권의 고용불안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력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는 것이 탐탁하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지난달 창립 58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마련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최 위원장의 깜짝 제안으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금융노조는 금융당국의 인터넷은행 정책 자체가 실패했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러한 강경 주장에 모처럼 마련된 양측 간 면담 자리는 평행선만 그은 채 서먹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금융노조는 전날에도 동일한 주장을 담은 성명서를 별도로 내기까지 했다.

금융당국의 주장처럼 인터넷은행이 아무런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 채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장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핀테크가 기술에 불과하고 본질을 뒤엎는 혁신의 만능 열쇠가 아니라고도 했다.

이처럼 금융노조가 금융당국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추진을 기점으로 인터넷은행에 대한 공격에 나선데는 최근 은행권의 고용 불안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케이뱅크과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이래 직ㆍ간접적인 고용을 포함해 약 5천 개의 일자리가 생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IC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이 되면 늘어난 자본력만큼 고용도 늘고, 제3의 인터넷은행이 생겨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노조의 전망은 다르다.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시중은행은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는 곧장 은행권의 수수료 인하로 이어졌다.

비대면 채널이 늘면서 지점과 인력은 줄었다. 판관비 관리를 위한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실제로 지난 2015년 3월 말 11만7천 명을 넘어섰던 은행권 임직원은 올해 3월 말 기준 11만 명 수준을 기록했다. 3년 새 7천 명이 은행을 떠난 셈이다.

같은 기간 7천500개에 육박했던 국내 은행의 영업점은 지난 3월 말 기준 7천 개를 밑돌았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하고 이를 계기로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다면 기존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한 경쟁을 할 것이란 게 금융노조의 예상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같은 시장, 동일한 고객군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은행만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기존 은행산업을 위한 길이 아니다"며 "혁신이란 이름으로 역기능이 숨겨져 있지만 인터넷은행은 결국 은행원을 경쟁에 내몰고 일자리도 다른 주체에게 넘겨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금융노조의 이러한 지적을 인지하고 있지만 인터넷은행은 다른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으로 기존 일자리가 줄어든다기 보다 은행이 인력의 효율적인 재배치를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라며 "오히려 새로운 금융 산업이 탄생하며 전통적인 금융 산업과는 다른 또 다른 직군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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