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의 금리 인상과 관련한 입장을 언급하자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2일 용산구 후암동에서 소상공인ㆍ자영업자와의 현장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스케줄대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우리도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뿐 아니라 미중 무역 마찰이라든지 유럽연합(EU) 쪽 경제 상황과 여러 정치적 상황을 포함해서 해외 변수들도 다 같이 보고 있다"며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 대외 자금 유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정부로서 해야 할 일을 다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국내외 상황에 대해 두루 언급한 것으로, 지난 8월 FOMC 이후 최근 시장의 최대 관심으로 떠오른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은 아니었다.

김 부총리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금통위가 알아서 할 일이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 보인다. 김 부총리의 언급 중에서도 대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 부분에 주목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3일 "한은이 올해 하반기에 금리를 한 차례 정도 올릴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에 힘을 실어 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최근 경기 상황을 보면 금리를 올리긴 어려워 보이고, 정부 입장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이지도 않지만 미국이 점진적으로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는데 우리는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환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점도표대로 하반기 두 차례 금리를 올리고 한은이 경기 부진을 이유로 금리 인상을 늦출 경우 달러화 강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차장은 "기재부 쪽에서도 금리 차 부분을 고려 안 할 순 없을 것"이라며 "한미 금리차가 계속해서 벌어질 경우 달러-원 환율이 하반기 갈수록 1,150원을 넘어서 연고점을 계속 높일 것으로 보여 시장 심리도 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자본 유출을 제어할 수 없게 되기 전에 서둘러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들어 내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는만큼 이에 대응할 여력 또한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내 증권시장에서 올해 2월부터 지난 6월까지 5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보였다.

지난달 순매수로 돌아섰으나 그간 6조 가까이 팔아치운 데 비해 지난달 3천700억 원 정도 순매수는 소량에 그친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원은 "외국인 주식 자금을 보면 지난달 순매수였지만 상반기 동안 유출되는 추세였고 이는 금리차에 따른 효과에 따른 것이라 판단된다"며 "8월 FOMC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강한 시그널을 줬기 때문에 올해 예정된 두 차례 인상이 그대로 단행될 경우 금리차를 극복하지 못한 외국인 자본들은 주식이나 채권 시장에서 나갈 유인이 생긴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이어 "가계부채나 경기 활력 약화 등으로 금리를 올리긴 쉽지 않지만, 미국과 보조를 맞춰 어느 정도 올려놔야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때 내릴 여력이 생길 것"이라며 "기재부든 한은 등 외환 당국도 그게 어느 수준인가에 대해 면밀히 탐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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