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최정우 기자 = 한국거래소가 해외기업 상장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기업의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주가 하락폭이 30%를 넘어서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20곳의 해외기업은 올해 평균 21.77% 하락했다.

가장 하락폭이 두드러진 곳은 중국 기업이다.

국내에 상장된 중국 기업 8곳의 주가는 평균 30.16% 하락했다.

이는 해외기업 평균치보다 8%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 상장된 일본 기업 두 곳은 평균 15.57%의 하락률을 보였다.

주식예탁증권(DR)인 제이티씨가 37% 넘게 하락했고, SBI 핀테크솔루션즈는 6.59% 상승했다.

일본, 중국을 제외한 해외기업은 평균 19.57% 떨어졌다.

미국계 기업 코오롱티슈진과 잉글우드랩이 30.57%, 21.91%씩 밀리며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보였다.

라오스 국적의 엘브이엠씨홀딩스도 19.71% 하락했다.

한국거래소는 해마다 해외기업 상장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6월 미 서부 우량기업 유치를 위한 로드쇼, 지난해 9월 베트남기업 상장유치를 위한 로드쇼를 열고, 중국 심천거래소와의 협약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증시로 오는 해외기업 상장 개수도 많지 않지만 상장하더라도 투자자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특히 중국 기업의 회계, 공시 관련 불투명한 행보는 해외기업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상장폐지된 중국 기업만 해도 10곳이나 된다.

최근에는 완리가 지난 5월 12일 상장폐지됐고, 차이나하오란도 공시 부실로 인해 상장폐지 도마에 오른 후 이의신청서를 제출해 연말까지 개선기간을 받은 상태다.

중국 스포츠용품 전문업체 차이나그레이트도 불안하다. 주가 급락과 전환사채 만기가 겹치면서 주가가 위험신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중국기업의 실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애널리스트들은 상장초기 첫 분기실적 발표 때 기업이 건넨 실적자료가 실제 수치보다 3배나 뻥튀기되는 경우도 있었고, 현지 견학이라고 국내 애널리스트들을 초대해서는 저수지를 공장부지로 소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고개를 젓는다.

이런 기업은 모두 상장폐지됐다.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도 결과는 투자자의 몫이었다.

이에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차이나포비아'가 증권업계뿐 아니라 투자자들에도 이어지는 셈이다.

거래소는 외국기업 상장 요건을 더욱 엄격히 하고 있다.

외국 기업의 상장심사는 약 65일로 일반기업 45일 심사보다 기간이 더 오래걸린다.

중국의 불투명한 회계를 고려해 거래소가 직접 중국 세무당국과 협의도 한다.

하지만 상장주관을 맡은 증권사에 현지 실사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할 뿐 거래소 내부에서 해외상장에 대비해 실사를 하는 부서는 없다.

현재 중국기업으로는 육류가공 기업인 윙입푸드가 심사를 받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이 상장주관사로 예비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윙입푸드는 지난해 6월 코스닥 상장예심을 청구했다 11월에 자진철회한 바 있다.

거래소가 요구한 증치세(중국의 부가가치세) 자료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웨이포트, 중국원양자원 등의 상장폐지로 중국기업 투자심리가 악화돼 자금이 별로 몰리지 않을 가능성도 자진철회의 배경이 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은 감가상각에 대한 개념이 약하고, 비용이나 회계인식이 상당히 희박하다"며 "현시점에서 국내 증시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투자자의 반응은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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