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기자 = 금융당국이 10년 만에 실시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평가를 앞두고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연말까지 필요한 법제도 사항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은행 등 금융회사에 최고경영자(CEO) 중심의 본점 차원 대응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까지 국내 은행의 해외 영업점에 대한 제재 현황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 농협은행 뉴욕지점이 자금세탁방지 등 준법감시 시스템 미비로 1천100만 달러 규모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이후 해외 감독 당국의 현지 법규에 대한 은행들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는 국내 은행에 대한 뉴욕 금융청(DFS) 검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금감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은행 본점 차원의 대응을 어느 때보다 강화하라고 주문할 예정이다.

이미 금융지주사들은 지난달 말부터 개정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자금세탁방지업무를 이사회 차원에서 논의하고, 자체 직원 교육 시스템도 강화한 상태다.

하지만 현지 영업점의 경우 여전히 인력 충원과 시스템 마련을 위한 재무적인 투자가 불가피한 만큼 이에 대한 지원을 늘리라는 게 금융당국의 뜻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을 통해 은행 등 현지 영업점의 제재 현황이 주는 시사점을 검토하고 있다"며 "본점 차원의 통할 기능을 어느 때보다 강화해야 할 시기"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시스템 정비에 집중하는 이유는 내년부터 약 10년 만에 FATF 상호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7월부터 본격화할 현지 실사에서는 FATF 관계자가 금융당국은 물론 법무부와 국세청, 민간 금융회사 관계자 면담을 통한 실태 파악을 진행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정보분석원(FIU)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응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법과 제도의 정비다.

현재 발의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이용법(이하 특금법) 개정안은 세 건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안은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를 현행 1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 게 핵심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소도 FIU 신고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무소속 정태옥 의원은 변호사와 회계사 등 비(非) 금융전문직종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해 2~3건의 추가 입법을 검토 중이다.

자금세탁방지와 더불어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제도를 담은 법안이 그 예다.

특히 자금세탁방지 의무와 관련해 이를 위반한 금융회사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 수위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다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비롯해 국회에 산적한 경제 현안 법안이 많아 이들에 대한 논의는 아직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FIU 관계자는 "지배구조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금융회사의 CEO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은 이미 시행하고 있지만, 법률적으로 더 명확한 규정이 필요해 보인다"며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에는 특금법 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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