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상승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인식이 대체로 이전보다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19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공개된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과반의 금통위원은 7월보다 약해진 물가상승 전망을 나타냈다.

우선 의사록에서 2명의 금통위원은 7월보다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의견 개진의 순서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금통위원 중 최소 2명의 물가상승 전망이 후퇴한 셈이다.

기존 예상보다 낮은 물가 전망은 이주열 총재의 지난 8월 금통위 기자간담회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이 총재는 "정부의 여러 정책 영향으로 (물가) 상승속도는 7월에 본 것 보다는 더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밖에 다른 한 금통위원은 "내수 성장세가 완만하여 기저적 물가상승압력 축적의 동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위원은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도 우리(한국)의 총수요가 부진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은 지난 7월 '물가 측면의 수요압력이 아직 크지 않다', '물가상승률의 확대속도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등 조심스러운 태도를 나타냈지만 8월 들어 보다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종합하면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한 이일형 위원과 다른 한 명의 위원을 제외하고 4명의 위원이 물가 상승률에 대해 기존보다 낮은 기대를 나타낸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원들도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전망치보다 낮다는 부분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금통위원은 더 나아가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7월 중 근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직후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최저치"라며 "물가상승률의 평균적 수준이 상당 폭 하락하는 구조적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7월 저조한 수준을 나타낸 근원물가는 8월 들어 추가로 둔화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근원물가 가운데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8월 전년 대비 0.9% 올라 7월 수치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8월 1.0%로 전월과 같다.

이에 따라 물가가 향후 금리 인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오창섭 연구원은 "물가가 핵심인 것 같다"며 "물가(상승률)가 2% 근처에 언제 도달하는지가 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물가가 1% 후반 정도까지 올라야 한은이 11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 같다"며 "10월 물가가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금리 인상이 내년 상반기로 미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만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한은의 포커스는 가계대출 증가나 내외 금리차 확대 부분인 것 같다"며 "해외에서도 물가에 대한 포커스를 맞춘 국가는 미국 정도"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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