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가파른 조정에 채권시장의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2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금리 급등, 이낙연 국무총리 발언 등 금리 상승 재료에 섣불리 시장에 진입하기를 꺼리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시장 자금이 말랐다"며 "기관들은 다 자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전에는 '밀리면 사자'라는 분위기였는데 심리가 순식간에 바뀌었다"며 "시장 참가자들이 쉽사리 매수 쪽으로 손이 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채 금리 추이를 보면 채권시장은 지난 5월 중순 이후 이렇다 할 가격 조정을 겪지 못하다가 최근 5거래일간 급격한 금리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고채 10년물(검정)과 미 국채 10년물(빨강) 금리 추이>





지난 13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으로 촉발된 채권시장 조정세가 미국금리의 급등까지 겹치면서 추세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금리 인상 여부 문제와 관련해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9일 3.0676%를 나타내 심리적 저항선인 3%를 이미 돌파했고, 최근 고점인 3.11% 수준도 테스트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정은 수급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대외 변수가 아니라 철저하게 대내적 수급에 다른 장세"라며 "최근 머니마켓펀드(MMF)의 환매 정지 이슈 이후 시장의 수급이 꼬이면서 매수 여력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 입장에서 추석은 지나고 보자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정의 강도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 여력은 10bp 내외 정도"라며 "현재부터는 매수 관점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경기를 낙관한다고 해도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3.1~3.2%를 고점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B 증권사의 딜러는 "가격 조정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는 딜러마다 다를 것"이라며 "금리 움직임이 상향 추세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격 조정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선물이 10틱, 10년 선물이 40~50틱가량 추가로 밀리면 매수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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