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연기금이 기업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연기금이 입질에 나선 기업은행의 후순위채는 흥행에 성공한 반면, 주금공의 MBS는 연기금의 외면 속에 대거 미매각됐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은 전일 기업은행이 총 6천억 원 규모로 발행한 10년 만기 후순위채를 1천900억 원어치 매입했다.

듀레이션이 긴 보험업권 역시 이 채권을 1천400억 원 규모로 포트폴리오에 담아, 장기투자기관의 매수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이 채권은 올해 국내 은행이 발행한 조건부 후순위 원화채권 중 가장 큰 규모로 발행됐다. 금리는 장투기관들의 관심 속에 동일 만기 국고채 금리 대비 42bp 높은 2.74%로 책정됐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시중에 금융채 장기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은행이 금리 조건이 좋은 후순위채로 10년짜리를 발행했다"며 "연기금 등 장투기관 입장에선 만기까지 들고 가면서 금리 수익을 올리는 차원에서 구미에 맞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채는 통상 1~3년 만기로 발행돼 5년물 이상 중장기채 비중이 작다. 후순위채는 상환 순서가 뒤로 밀리는 대신 선순위채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연기금은 그러나 그간 단골 매수 종목으로 꼽혔던 주금공의 MBS는 외면하면서 대량 미매각 발생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전일 주금공이 입찰에 부친 물량은 1년물 1천억 원, 2년물 1천300억 원, 3년물 1천500억 원, 5년물 3천200억 원, 7년물 1천600억 원, 10년물 1천200억 원 15년물 700억 원, 20년물 200억 원이다.

이 중 1년물 500억 원, 7년물 1천100억 원, 10년물 1천200억 원, 15년물 500억 원, 20년 200억 원이 각각 미매각됐다. 10년과 20년은 응찰이 아예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금공 MBS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낮은 금리 수준 때문으로 풀이된다.

입찰 하루 전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이 3.048%로 3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내는 등 시장 상황이 변화했지만, 주금공 MBS는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연기금 등 장투기관이 금리 레벨을 의식해 관망세를 보인 점이 미매각 발생 원인"이라며 "유통시장에선 주금공 MBS 물량의 금리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은행 후순위채는 지난주에 모집이 완료돼 주금공 MBS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며 "시중 금리 상승과 금통위 의사록 공개 등의 영향으로 금리 상승 기대감이 커진 것이 주금공 MBS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hy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