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견조한 수익률에도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의 설정액이 감소하고 있다.

코스닥 신규 상장 열기가 점점 시들해지는 데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코스닥벤처펀드의 설정액은 총 2조9천396억원으로 8월 말(2조9천628억원)보다 0.78% 줄었다.

특히 공모형 펀드의 설정액은 7천220억원으로 8월 7천556억원보다 4.45% 줄었다.

최근 한 달간 공모형 펀드의 수익률은 2.19%로, 코스피200 인덱스 펀드(0.35%)와 국내 주식형펀드(0.8%) 대비 견조한 실적을 냈지만 설정액은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코스닥 신규 상장이 기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투자자들의 코스닥벤처펀드 순환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코스닥 IPO 최대어로 꼽힌 카카오게임즈가 상장을 철회한 데 이어 코넥스 대장주인 툴젠의 코스닥 이전상장도 유전자 가위 특허 논란에 주춤하자 펀드 순환매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코스닥 신규상장(이전상장, 재상장 포함)은 78건이었지만, 올해는 43개에 그치고 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닥벤처펀드는 펀드 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내 코스닥에 상장된 중소·중견기업의 주식 등에 투자한다"며 "수익의 대부분이 공모주 시장에서 나오는 만큼 신규 상장이 더디면 펀드 인기가 시들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공모형 펀드 지원책이 실효성 논란을 불러온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초 적격기관투자가(QIB)에서 발행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신용평가 없이 공모 벤처펀드에 편입할 수 있도록 했다.

사모형 코스닥벤처펀드와 달리, 공모 벤처펀드가 CB나 BW를 자산으로 편입하려면 반드시 신용평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금융업계는 당국의 이러한 조치가 당장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QIB 시장을 통해 발행된 채권은 대부분 해외에서 외화자산을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발행된 '국내 기업의 외화표시채권(KP)'으로 우량채권에 속한다.

코스닥벤처펀드 취지에 부합하는 국내 벤처기업의 채권이 거래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월 QIB시장을 통한 국내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QIB 시장이 2012년 출범한 뒤 이곳에서 국내용 자금조달이 있었던 것은 단 한차례였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조치가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 활성화를 촉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효성 논란이 오히려 벤처펀드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시장의 투심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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