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에 이어 아시아신탁까지 품는 신한금융지주가 금융당국의 인수합병(M&A) 승인을 '투트랙'으로 추진한다.

채용비리 여파로 경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고자 조용병 회장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르면 이달 말께 금융당국에 오렌지라이프(지분 59.15%) 인수 승인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신탁(지분 60%) 인수 거래도 마무리되는 대로 금융당국에 승인을 요청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지난주 열린 이사회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M&A 진행 상황을 사외이사들에게 보고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간 한 곳의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에 복수의 M&A를 동시에 승인해 달라고 요청한 경우는 없었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있었다.

2조3천억 원 규모의 오렌지라이프가 대형 딜인 만큼 자칫 금융당국의 승인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추가 M&A는 시간을 두고 추진하자는 논리였다.

하지만 아시아신탁 지분 인수가 급물살을 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 회장이 검찰의 구속을 피한 것도 배경이 됐다.

실제로 조 회장은 구속 영장이 기각된 지난 11일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앞으로의 공격적인 경영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 회장은 직원들에게도 흔들림 없는 경영을 강조하는 대직원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오렌지라이프 인수 승인 신청을 앞두고 금융당국과의 소통에 가장 적극적인 것도 조 회장이다.

최근에는 지주 내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위해 꾸려진 팀에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를 대비해 부장급 인력을 충원했다.

지난 10년간 국내 시장에서 외형 확장에 소극적이었던 신한금융은 이번 M&A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금융당국에 설명하고 이를 승인받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 승인을 신청하는 대로 향후 사업계획과 자본 적정성, 자금조달 방법 등을 우선해 살펴볼 예정이다.

신한금융이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최대 9%의 오렌지라이프 지분을 매각할 방침인 것을 두고 일각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전략적 제휴를 통한 앞으로의 계획일 뿐 이번 인수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가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다만 하이투자증권 인수 승인이 지연된 DGB금융지주와 단순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GB금융의 경우 채용비리뿐만 아니라 수성구청 펀드투자 손실금 보전, 현직 회장의 비자금 조성 등에 전·현직 임직원 다수가 연루돼 금감원과 검찰의 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며 "신한금융 사례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취득할 때는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지만 은행이나 은행지주회사, 저축은행은 예외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을 인수할 때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받을 대상은 아니란 뜻이다.

그럼에도 대주주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은 금융당국에 부담될 수 있다.

하지만 외풍 탓에 금융회사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제한받아선 안 된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이나 하나금융투자의 하나UBS자산운용 인수 등 당국의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사례가 이번 정부 들어 너무 많았다"며 "이제는 해외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금융회사가 정치권 등 안팎의 간섭을 받으면 경쟁력이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회사의 대주주 변경안은 금융감독원의 심사 의견을 받아 금융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통상적인 심사 기간은 석 달 정도다.

신한금융이 내달 내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대주주 변경을 신청하면 내년 1분기 안에는 두 곳의 자회사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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