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세가 신흥국 경제위기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연구원은 4일 '제3차 석유파동 및 신흥국 경제위기 발생 우려' 보고서에서 "최근 원유 공급 차질에 의한 국제유가 급등은 신흥국의 실물경제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9월 말 영국 북해산 12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4.73달러로 최근 4년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2006년 국제유가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계 경제가 성장 국면일 때 원유 수요가 늘며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것은 경제위기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공급 차질로 인해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가했다.

연구원은 "최근 국제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각종 정치적, 경제적 불안요인이 석유 공급 차질을 유발하고 국제유가 급등을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원유 재고량도 감소추세를 보여 대규모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 12위 원유 생산국인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원유 생산량이 28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1월부터 미국의 이란에 대한 금융 제재가 재개되면 이란의 원유 수출이 금지되면서 세계 원유 공급량이 많이 감소할 수도 있다.

또한, 지난 9월 석유수출국기구 회의에서도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원유 증산 방안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약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이 국제유가 상승과 경기 하강 국면이 맞물리면 실물경제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원유 수입국은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된다"며 "세계 경제가 호황국면에 있으면 환율 상승으로 인해 원유 수입국은 수출이 증가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축소되는 조정 효과를 누린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내년 세계 교역량 축소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상황에서 신흥국이 조정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외채상환 능력이 약화하는 경우 고용 급감과 함께 국가 디폴트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무엇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은 주요국의 통화정책 긴축 모드로 인해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며 "향후 신흥국들은 원유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를 실시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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