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가 경기의 정점을 지나 성장세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6일 발표한 '2018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경기가 거의 정점을 지나가면서 하향 위험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고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평가했다.

그는 "산업활동동향으로 판단했을 때 정점을 지나서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 가시화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도 했다.

다음은 김현욱 실장과의 일문일답

-- 내년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는데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것으로 보나.

▲잠재성장률이 2.7%~2.8% 사이에 형성됐다고 보고 그런 점에서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아웃풋 갭이 열려 있는 모습이 내년에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0%를 상회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하회하거나 경기 변동에 따라 상회할 수도 있고 하회할 수도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률이 나타났다. 2010년, 2011년이 그런 상황이다. 그 이후에는 잠재성장률과 유사한 수준, 또는 하회하는 수준의 경기가 진행됐다고 표현하면 될 것 같다. 9월 초 발표된 산업생산활동에서 느낀 것은, 경기가 거의 정점을 지나가면서 하향 위험이 더 커지는 모습으로 판단했다. 정점을 지나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 가시화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한국은행, 그리고 범정부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완화적 정책 기조, 정책조합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국내외적으로 경기 상황이 낙관적이지 못하다. 한편으로는 대외적으로 다양한 불확실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장기적인 정책과 관점에서의 구조개혁, 산업경쟁력 강화에 포커스를 두고 정책을 해야 한다. 가급적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조적 변화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

--대외금리차 확대는 불안 요인이 아니라고 보는 건가.

▲대외가 주로 미국을 말하는 것이고, 그러면 (한미금리 역전으로) 미국 쪽으로 자금이 다 쏠려 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

지난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을 봤을 때 외화의 급격한 유출이 우리 경제에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는 우려를 같이하고 있으나, 그 이후 우리 정부의 다양한 외환건전성, 버팀목으로 작용하는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하면 지금 정도의 기준금리 격차는 심각한 자금 유출을 나타낼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시장 금리가 상승해 왔고 또 한편으로는 환율이 조정되면서 변동환율제도의 장점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정환율제도에 대한, 한편으로는 채권금리 격차에 의해서만 자금쏠림이 나타난다는 것은 다르게 생각할 여지를 우리나라 외환건전성이 제공해주지 않는가 생각한다.

--상반기 전망에서도 투자 부진을 예상했는데도 더 부진한 이유가 뭔가.

▲작년 반도체 제조장비 중심으로 투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거기에 대한 반락 효과가 올해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반도체 외 나머지 산업에서 투자계획이 올해 상반기 조사했던 것보다 상당히 지연되거나 한편으로는 취소되면서 전반적인 투자 감소세가 예상보다 2분기, 3분기를 지나면서 빠르게 낮아졌다. 성장 기여도 측면에서 보면 지난번 전망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설비투자가 성장률을 0.5%포인트(p) 정도 낮추는 빠른 투자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외 부분의 설비투자 감소세가 상당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내년 하반기 숫자가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으로 제시는 하고 있으나 여전히 부진이 지속하는 국면으로 이해하면 된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올해 7만 명, 내년 10만 명으로 봤다. 앞으로 마이너스도 예상하나.

--취업자 수나 노동시장 관련 수치는 자신 없는 부분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정책들의 부작용이 어느 정도 큰 상황인지 아직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모형에 최근 정책효과와 구조조정 효과를 감안해서 산정해 본 결과라는 정도다. 올해 7만 명으로 말씀드리고 있으나 조금 더 위에 수준, 올해 1~3분기 통해 봤을 때 4분기에는 전반적으로 취업자수 증가가 0명 정도, 증가와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 초 상당히 고용, 취업자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났던 측면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도 내년 1분기까지도 큰 폭의 취업자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소비가 꽤 성장률을 끌어 올렸는데 내년에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나.

▲올해 상반기에 괜찮았던 소비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부분은 전반적으로 봤을 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계가 반영하는 부분이 더 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주가 등 자산가격의 하향조정, 특히 주가가 하향 조정되면서 부의 효과가 작년에 비해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있다. 이미 시행됐지만 내년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을 조정하고 실제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가계에 확대되는 상황도 추가적인 소비증가를 제약하는 것이 되지 않나 판단하고 있다.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개혁 필요하다고 보나.

▲산업경쟁력 약화 우려가 점차 확대되는 부분이 심각하다. 산업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것이 기업의 혁신활동이나 기술개발 노력 없이는 회복되는 상황이 아닌 부분인 것 같다. 근로조건의 경직성은 우리나라 고용구조의 경직성 문제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보호받는 많은 근로자가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겠으나 과도한 부분으로 인해 신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분이 충분히 기회를 잡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판단된다. 그런 상황을 개혁을 통해 해소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해관계가 상당히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혁신 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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