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무라이 본드를 통한 '수표책 외교(Chequebook diplomacy)'에 나서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표책 외교란 경제 원조나 차관, 투자 등을 활용해 자국의 권익을 확장하려는 외교 정책을 뜻한다.

SCMP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주 말레이시아가 중국과의 금융 의존성을 벗어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2천억엔(약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는 대출 형태로 이런 자금 지원을 활용해 중국에 대한 부채 일부를 상환하게 된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중국이 지원하는 일부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취소한 바 있다.

중국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여타 국가에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돈을 투자함으로써 '빚으로 덫을 놓는 외교(debt-trap diplomacy)'를 펼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SCMP는 이번 일본과 말레이시아의 협약과 관련, "중요한 것은 말레이시아의 자금조달 창구로써 일본이 사무라이 본드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무라이 본드는 역외 기업이 일본에서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으로, 사실상 일본 정부가 보증하는 시장이다.

이 채권을 통해 외국 정부와 민간 기관 등은 낮은 금리로 엔화를 조달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최근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했는데, 이는 사무라이 본드 시장이 중국 부채의 상환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SCMP는 풀이했다.

매체는 "이런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말레이시아나 여타 국가에서 정부와 채권시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한다면 인프라 자금 조달을 위해 중국 대출에 그들이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ywk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