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최근 국제유가가 열흘 넘게 추락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작용해서라기보다, 단지 수급 요인에 유가가 움직이고 있으므로 시장 불안을 촉발하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 많았다.

다만 국제유가 급락세가 이어지면 외환시장도 눈치 보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14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13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24달러(7.1%) 급락한 55.69달러에 끝났다.

WTI는 12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60달러와 70달러를 하회한 이후 기술적 매도세를 동반한 투매도 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월간 보고서를 통해 공급 과잉 우려가 다시 커졌다.

OPEC은 내년 비회원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223만 배럴 더 늘어나지만, 세계 원유 수요 증가 폭은 하루 129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OPEC이 수급상 공급 과잉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유가 하락이 글로벌 경기 부진 때문이라면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유가 레벨이 경기 침체 우려가 생길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유가 안정은 우리나라 무역흑자 확대, 미국 물가 상승 압력 둔화, 달러 강세 둔화 측면에서 달러-원 하락 재료가 된다"면서도 "반면 산유국 또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자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관련 무역수지가 250억 달러 적자가 늘었으나,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제품은 100억 달러가량 흑자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미국의 셰일 생산량이 크게 확대하고 있으므로, 유가가 내리는 것이 미국 경제에 상대적으로 안 좋은 영향이 있다"며 "유가 하락은 미국 경제와 달러 가치에 하방압력을 준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과거에는 유가 하락이 신흥국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신호라고 봤는데, 지금은 반대로 역전된 측면이 있다"며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는 유가보다는 금리 차이가 가장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달러-원 환율의 경우에는 유가보다는 수출 지표 악화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로 2∼3개월 마이너스(-) 증가 폭으로 나타나면 달러-원은 1,150원 위로 오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을 통해 상호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나라도 내년 1∼2분기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예전에는 유가에 환율이 영향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호주 달러나 캐나다 달러, 위안화 등에 영향이 상당히 제한돼 있다"고 전했다.

이 딜러는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당장 달러-원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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