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가 부활하면서 이란에 진출한 건설업체들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유가 변동성에 발주 여건 개선 여부가 불투명해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개선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5천947억원 규모의 이란 석유 정제시설 공사계약을 해지했고, 지난 6월에는 대림산업도 지난 6월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에 따른 여파로 이란 정유회사와 맺은 2조2천억원 규모의 공사계약을 해지했다.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로 현지에서 금융을 조달하기가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미국 등은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2016년 이란 핵 협정을 탈퇴한다고 밝히면서,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도 단계적으로 부활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한국의 대이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1% 감소하는 등 건설사를 비롯한 수출업체들에 미치는 제재의 여파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란을 대체할 시장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이 거론되지만 UAE를 제외하면 정치 및 경제 불안이 우려되고 터키도 최근 환율 불안, 외국인 자금이탈 등으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중동 수주 일감은 86억1천705만달러로 지난해 대비 18% 감소했다. 국제유가 회복으로 일부 국가에서 발주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지만 완전한 회복으로 보긴 어렵다.

다만 이란 제재로 원자재 수출이 막히면 대체 생산지로의 발주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란에 천연가스 매장량이 많은데 이란이 제재로 천연가스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면 비 제재지역의 천연가스 개발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등 사업 환경이 나쁘지만, 이란이 잠재력 있는 시장인 만큼 상황이 나아질 때를 준비해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실제로 한화건설은 이슬람국가(IS) 전쟁 등에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을 지속 추진한 덕분에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이란 정책추이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최소한 사무소 운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란과의 경제적 거래가 어렵다 하더라도 현지 기업과 인적 네트워크, 거래처 유지를 통해 우호적인 환경변화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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