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해 금융 불균형 확대를 막고 내외금리 차가 추가로 벌어지는 것에 대비하기로 했다.

한은은 30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로 25bp 인상했다. 지난해 11월 1.50%로 인상된 후 1년 만이다.

◇ 금융 불균형 우려·내외금리 차 확대 속도 늦추기

한은은 금리 인상의 근거로 금융 불균형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 통화정책방향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신중히 판단하겠다'던 문장의 '신중히'를 삭제했다.

이주열 총재는 통화정책을 펴는 데 있어 금융안정에 중점이 아닌 역점을 둬야 할 시점이라며 금리 인상에 한발 더 나아갔다.

이일형, 고승범 금통위원은 금융 불균형을 이유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는 등 주택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도 한은의 금리 인상을 더는 늦추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은의 저금리 기조가 집값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으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둔화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증가율 이내로 줄어들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부채 증가 속도가 좀 더 축소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12월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은도 기준금리 차가 추가로 벌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 잠재성장률 수준 성장·물가 목표 도달 확신

한은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9%에서 2.7%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성장률을 낮췄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소비자물가는 1%대 중반 흐름이 이어지다가 지난달에는 전년 대비 2.0% 상승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에 도달한 셈이다. 다만 근원물가는 전년 대비 1.1% 상승에 그쳐,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의 괴리가 커졌다.

경제지표는 혼조세를 보였다.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 동행지수는 7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전환국면에서 주로 발생하는 흐름이다.

이 총재는 경기 정점이 지난 시점에서의 금리 인상이 뒷북일 수 있다는 지적에 "경기 정점에 대한 공식적이고 정확한 판단은 없는 상황"이라며 "통화정책은 경기만 보고 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 내년 추가인상 가능할까…경기 둔화 우려 vs 내외금리 차 확대

한은이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하면서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해소됐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이 금융 불균형 축소에 방점을 둔 만큼,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한은의 금리 인상이 금융 불균형을 얼마나 줄일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부동산가격이 안정되지 않고 가계부채 감소 폭이 당초 예상보다 적다면 한은은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려면 국내 경제지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국내경기만 놓고 본다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여력은 점차 약화하는 셈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한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 무역분쟁이 수출 실적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교역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미국이 내년에도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린다면, 한은은 내외금리 차 확대 부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최근 미국도 내년 금리 인상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낙관론이 확산했다. 내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어떻게 전망할지 살펴봐야 한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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