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시장의 수익률 곡선(커브)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커브 플래트닝이 내년도 금리인상을 예상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해 믿음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평가했지만, 채권시장의 자기실현적 예언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미국 국채시장에서 5일 오전 현재 10년물과 2년물 금리는 각각 2.91%와 2.80%에 거래됐다. 5년물 금리는 2.78%로, 2년물과 5년물 금리 격차가 마이너스(-)로 진입했다.

최근 들어 장기 국채금리는 꾸준히 하락 기조를 이어갔는데, 경기 둔화를 우려하며 연준의 금리 상승 노력에는 느리게 반응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 단기물이 더욱 즉각적으로 반영하며 커브가 평탄화했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채권 커브의 역전은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즉각적이지는 않더라도 커브 역전 뒤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 뒤에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최고경영자(CEO)는 "국채 금리 곡선이 역전되는 것은 경제가 곧 약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2년물과 5년물 국채금리가 역전된 것은 2019년까지 계속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연준의 계획을 채권 시장이 믿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2년물과 5년물의 금리 격차를 믿을 만한 커브 지표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MKM 파트너스의 마이클 다르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 예측에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잘못된 지표에 집중해서도 안 된다"며 "5년물과 2년물의 금리 격차는 믿을 만한 지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국채 10년물과 1년물의 금리 격차"라며 "이것은 아직 역전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커브 역전과 커브 플래트닝을 구분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2년물과 5년물을 제외한 커브가 여전히 역전되지 않은 만큼, 경기 침체를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비스포크 리서치에 따르면 금리 격차가 역전되지 않고 축소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주가가 상승 기회를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단기물의 금리 격차가 150bp 이내로 축소됐을 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향후 12개월간 평균 14.8% 올랐고, 격차가 50bp 이내로 줄었을 때는 평균 3.2% 상승했다.

채권 금리의 움직임이 일정 수준은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sy)에 따른 것이란 평가도 있다. 커브 역전이 증시 손실이나 단기간 내의 경기 침체를 가져올 것으로 걱정한다면, 시장은 자금을 단기물에서 장기물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장기물에 채권 매수세가 몰리면서 실제 커브 플래트닝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비스포크 리서치는 "기억해야 할 주요 포인트는 커브 스스로 평탄화하는 것은 믿을만한 예측 지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경기 침체의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커브가 실제로 역전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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