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적자국채 발행 등 정부의 재정운용을 둘러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청와대 외압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재정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2년 연속 발생한 초과 세수로 인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의 재정 기조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신 전 사무관이 말한 이른바 청와대의 외압은 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청와대와 기재부 간 책임공방의 한 자락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 결산보고서에서 국세수입 실적이 265조4천억 원으로 본예산 242조3천억 원 대비 23조1천억 원, 추가경정예산 251조1천억 원 대비 14조3천억 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

주요 세목별 초과세입액을 살펴보면 소득세 5조5천억 원, 법인세 1조9천억 원, 부가가치세 4조5천억 원 등이다.

전년 실적 대비로는 법인세가 7조1천억 원이 걷혀 가장 많이 늘었다.

뒤를 이어 소득세 6조6천억 원, 부가가치세 5조3천억 원, 상속·증여세 1조4천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예상치 못한 반도체 호황과 부동산 거래 증가가 초과 세수를 불렀다.

국내 대표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7년 법인세를 각각 8조2천991억 원과 2조5천812억 원을 납부해 상위 1,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4배에, SK하이닉스는 5배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부동산 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는 15조1천억 원으로 추경예산 대비 3조 원, 전년 실적 대비 1조5천억 원을 초과했다.

계획보다 세수가 더 걷힌 만큼 얼핏 보기에는 좋은 일 같지만, 정부의 살림살이는 그렇지 않다.

계획보다 더 많은 돈을 정부가 시중에서 거둬들이면 그만큼 국민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될 때 정부는 국민이 체감하는 고통이 줄어들도록 돈을 시중에 더 풀어야 하는데 오히려 긴축재정으로 국민의 고통을 가중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지난해에도 예산 대비 20조 원 가까운 초과세수가 예상되면서 정부가 말로만 확장적 재정 기조를 외치며 실제로는 긴축재정을 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2018년 예산은) 결과적으로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 볼 때 18.1조 원 재정 긴축으로 운용이 됐다"며 "거꾸로 정책을 했다"고 지적했다.

신 전 사무관이 지적한 2017년 11월 적자국채 발행을 둘러싼 논란은 이처럼 초과세수에 따른 긴축재정 효과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찾는 과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정부는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문제와 청년 일자리 해소를 위해 이듬해인 작년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 집행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배후를 살펴보면 정부의 세수예측 실패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만큼 세수예측의 기초가 되는 거시경제 전망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정부의 GDP 디플레이터 전망치는 각각 0.9%와 1.1%였는데 실제 결과치는 1.8%와 2.3%로 두 배가량 오차를 보였다.

이에 따라 세수예측의 기준이 되는 경상성장률은 2016년 4.7%, 2017년 5.4%로 전망치 대비 각각 0.5%포인트(p)와 1.3%p 오차를 보였다.

한 경제전문가는 "지난 2016년, 2017년의 세수추계 오류는 주로 GDP 디플레이터 증가율 전망 오류에 의한 것"이라며 "정부가 실질성장률 전망 못지않게 GDP 디플레이터 전망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spna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