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국민연금이 최근 상장주식 의결권 행사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운용규정을 개정해 그 내용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규정 개정은 작년 7월 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10월 수탁자책임전문위위원회 위원 구성, 작년 말 수탁자운용실장 선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회책임투자(ESG) 강화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국민연금, 상장주식 의결권 행사 구조는

9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공단은 작년 12월 27일 개정한 '국민연금기금 운용규정 시행규칙'에서 상장주식에 대한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투자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행사하도록 했다.

투자위원회는 매월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위원 3명 이상의 요청이 있을 때는 수시로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

상정된 안건은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 출석위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된다.

보유 보유지분율이 3%에 미치지 못하는 등 미미한 경우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의결권 행사를 포기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의 의견을 정하기 어려워 결정을 요청할 때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하고, 그에 따라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을 행사한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 3인 이상이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전문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요구하는 안건도 같은 절차를 거친다.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주식의 의결권 행사 업무는 수탁자책임실장이 담당한다.

수탁자책임실장은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하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을 공시하고, 행사 담당 부서장은 의결권행사내역을 주주총회 후 14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

행사 담당 부서장은 또 의결권 행사 대상 법인이 주주총회 5영업일 전까지 안건 내용을 공시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의결권 행사안을 미리 준법감시인에게 송부해야 한다.

준법감시인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지침을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사전에 송부된 의결권 행사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경우 이를 행사 담당 부서장에게 통지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작년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같은 해 말 상장주식 의결권 행사 관련 운용규정을 정비했다"며 "규정 정비는 ESG 개선과 관련해 공단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결정 후 진행 상황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작년 7월 30일 격론 끝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의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초기 자본시장법상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부터 우선 도입하고, 경영 참여 주주권은 제반여건이 구비된 후에 이행방안을 마련하되 그 전이라도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한 경우에는 시행하기로 했다.

이 조치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국민연금이 임원의 선임·해임·직무정지, 합병·분할, 자산 처분, 회사 해산 등에도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작년 10월에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위원장(박상수 경희대 경영대 교수)을 포함해 위원 14명을 확정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구성한 조직이다.

국민연금은 운용전략실 산하 책임투자팀을 수탁자책임실로 승격하고, 작년 말 최성제 책임투자팀장을 수탁자책임실장으로 임명했다.

수탁자책임실은 사회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 업무 등을 맡으며, 기금운용본부는 수탁자책임실 인원을 30여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일 금융위원회는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라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공제회가 의결권을 민간 운용사에 위임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른 과도한 영향력 행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나온 조치로 기존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주식투자일임을 위탁한 자금은 전체 국내주식 투자금액 123조9천억 원의 절반에 다소 못 미치는 57조3천억 원"이라며 "금융위 조치로 의결권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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