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가스·전력공급업체 PG&E(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의 파산 가능성이 커지며 채권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PG&E는 미국 최대 공익사업 기업으로, 이 기업의 파산은 200억 달러에 가까운 채권의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15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에 따르면 PG&E가 파산을 선언하면 지난 1998년 이후로 세 번째로 큰 '투자적격등급 기업의 디폴트'가 된다.

BOA 메릴린치는 기업이 고등급을 부여받은 뒤 1년 이내에 디폴트에 빠지는 경우를 '투자적격등급 기업의 디폴트'로 정의했다.

PG&E는 파산 보호 신청을 오는 29일쯤 할 예정이라고 전일 발표했다. 법원은 기업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이게 된다.

캘리포니아 수사 당국은 지난 2017년 10월 주내에서 발생한 18건의 산불과 관련해 PG&E 전선이 화재를 촉발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PG&E는 수십억 달러의 잠재적인 채무에 직면한 상황에서 오는 2040년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이자 지급을 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런 이자 지급 불이행은 디폴트를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마켓워치는 진단했다.

회사 주가는 1년 전보다 72% 폭락했다.

PG&E가 파산한다면 한때 헤지펀드 사이에서 매력적인 베팅으로 인식되던 기업의 극적인 붕괴를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BOA 메릴린치에 따르면 이 회사가 발행한 채권 가운데 총 170억 달러 이상이 디폴트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다. 디폴트 규모로 따지면, 미국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지수가 개발된 이후 세 번째로 큰 사례가 된다.

이전까지는 리먼 브러더스와 월드컴만이 디폴트 규모에서 PG&E를 앞섰다.

가장 최근 '투자적격등급 기업의 디폴트' 사례는 지난 2011년 선물 중개기관인 MF글로벌 홀딩스였다.

이처럼 투자적격등급 기업이 1년 이내에 디폴트에 빠지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디폴트에 직면하기 전에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시간을 두고 강등되기 때문이다.

마켓워치는 PG&E의 파산은 미국 회사채 시장의 '추락한 천사(Fallen Angels)'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락한 천사란 투자적격등급에서 부적격등급으로 강등된 기업을 일컫는다.

특히, 경기 침체와 같은 크레디트 주기의 하락세는 고금리 채권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한때 고등급 기업이었던 PG&E의 파산은 보수적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크레디트물 매도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보수적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부적격등급의 회사채 보유를 금지한다.

마켓워치는 이런 매도세 속에 시장은 정크본드로 더욱 넘쳐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최근 PG&E의 신용등급을 'C' 레벨로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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