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올해 채권시장의 최대 위협은 '추락 천사(fallen angels)'라는 경고음이 유수의 글로벌 IB에서 연이어 나오고 있다.

추락 천사란 투자등급을 상실해 디폴트 위기에빠진 기업으로, 지난 2005년 미국 제너럴 모터스와 포드가 동시에 정크본드로 신용등급이 강등되며 나타난 용어다.

◇ "'추락 천사', 연중 내내 골칫거리"

2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회사채 가운데서도 가장 위험한 분야인 고금리 채권(정크본드)은 지난해의 고통을 뒤로하고 연초 괜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명 고금리 펀드 중 하나인 아이쉐어즈 고금리 회사채 ETF(iShares iBoxx $ High Yield Corporate Bond exchange-traded fund)는 올해 들어서만 11억8천만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는 일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금리물은 연중 내내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씨티그룹의 미국 크레디트 전략 헤드인 마이클 앤더슨은 "역사적으로 고금리 채권은 손실을 본 다음 해에는 (가격) 반등세를 보이지만, 최근의 황홀함은 시장의 취약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고금리물 움직임은 대규모 가격 반등 또는 추가적인 약세에 이은 손실 악화, 둘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시장에서 가장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부문은 투자등급에서 갑자기 정크물로 추락하는 기업들이다.

실제 이달 들어 미국 가스·전력공급업체 PG&E(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의 파산 가능성이 커졌다. PG&E가 파산을 선언하면 지난 1998년 이후로 세 번째로 큰 '투자등급 기업의 디폴트'가 된다. 투자등급 기업의 디폴트란 기업이 고등급을 부여받은 뒤 1년 이내에 디폴트에 빠지는 경우를 뜻한다.

이처럼 '추락 천사' 예비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도 않고 바로 정크등급으로 빠지는 경우는 리먼 브러더스와 MF글로벌 등 극히 제한적인 사례로 꼽힌다.

◇ "2천억 달러 강등 위험…레버리지만 따지면 1조 달러 넘을 수도"

전문가들은 투자등급 기업이 하루아침에 정크 수준으로 떨어지고, 정크본드 시장의 공급 과잉을 일으키는 것은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라고 진단했다.

작년에도 고금리물 시장은 매수 세력 공백 속에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런 흐름은 대차대조표가 취약한 기업을 전복할 수도 있다.

CNBC는 "현시점에서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은 특정 기업에만 한정되는 문제이고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겠지만, 시장은 이전 사례를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UBS은행의 경우 추락 천사 규모가 2천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테판 카프리오 전략가는 "글로벌 투자등급물이 고금리물로 강등되는 우려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정당한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투자등급물의 강등 위협은 강제적인 매도세로 이어질 수 있고, 대규모 부채를 떠안은 기업의 조달 비용을 키울 것"이라며 "정크등급의 공급 증가로 스프레드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락 천사'는 일반적으로 대규모 매도세를 수반할 수 있다. 연기금과 같은 보수적 투자자는 디폴트 리스크를 수반한다는 이유로 정크본드 보유 자체를 금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UBS는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약 400억 달러 가치의 채권이 (정크로) 강등되는 것"이라며 "이들 채권 대부분은 통신과 에너지, 소비 비순환업종에 몰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경기 침체가 닥치면 강등 규모는 2천18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이는 미국 회사채 전체 규모의 18%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최근 모건스탠리도 투자등급물의 대규모 정크본드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레버리지 비율만 기준으로 삼는다면 투자등급 회사채의 45%가 지금 정크 등급이 될 것"이라며 "현재 BBB 등급 회사채의 60%가량은 레버리지 비율로 따지면 정크물이 될 것으로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은 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양질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고등급 채권의 투자 여력은 충분한 편으로 평가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5년물 투기등급 채권은 약 1조400억 달러가 오는 2023년에 만기가 돌아오고, 같은 기간 투자등급 채권도 1조500억 달러의 만기가 끝난다.

CNBC는 "채권시장은 지난해 4분기 증시가 변동성을 높이며 투자자가 크게 선호하는 곳"이라며 투자등급물을 중심으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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