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약탈적 금융이라 지적받던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기류 변화에 양측의 소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취임 후 첫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금감원장과 저축은행 CEO의 간담회는 매년 열리는 행사지만 분위기는 일 년 전과 180도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 무거웠던 간담회 분위기와 달리 올해는 윤 원장이 웃으면서 참석한 저축은행장들의 건의사항을 모두 경청했다"라고 전했다.

실제 윤 원장은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에게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만큼 (업계가) 이제부터는 새롭게 미래를 보고 지역경제 및 서민경제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임 김기식 금감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가계부채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저축은행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윤 원장은 업계의 소리를 듣고 정부 방침을 당부했다.

윤 원장이 취임할 당시부터 정치인이 아닌 교수 출신인 만큼 업계에서는 보다 유연한 소통을 기대했다.

반면,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저축은행 업계를 강하게 비판해 온 만큼 소통의 기대보다는 일방적인 압박에 대한 우려가 컸다.

실제 김 전 원장은 취임 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저축은행 CEO들 간담회에서 저축은행업계에 고금리 대출 해소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그동안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인해 피해 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시 간담회는 저축은행 CEO들이 이야기하기보다는 금감원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자리였다면 올해에는 업계의 건의사항을 편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신임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이 관 출신인 것도 당국과 원활한 소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 회장은 행정고시 26회로 25회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한기수 후배다.

재정경제부 보험제도 과장,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등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으로 업계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박 회장 역시 당선 직후 취임 일성으로 "우선 단기적인 과제로 저축은행의 과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 행장들과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를 완화할지 선정작업 할 것"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 시기 정해지면 세밀한 전략을 가지고 금융당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감원장의 성향 변화에도 정부의 정책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눈에 띄는 규제 완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비가 보호와 최고금리 인하 등 정부의 정책 기조가 확고한 만큼 금융당국 역시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업계와 당국이 소통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shj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