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지난해 예상보다 선방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규제 완화를 기대했던 분위가 바뀌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가 본격 시행된 후에도 카드사 경쟁력 제고 방안 마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카드사 실적이 규제 완화 논의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는 지난해 전년 대비 순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영세가맹점과 중소가맹점 범위가 확대되는 등 수수료 인하가 이어졌지만, 일회성 요인과 비용 절감 등으로 카드사들의 실적은 선방했다.

KB국민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3천2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우리카드 역시 작년 당기순이익이 1천2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급증했고, 하나카드는 당기순이익이 1천67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천19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3% 급감했지만, 2017년에 일회성 이익이 4천200억원가량 발생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익은 크게 줄지 않았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이익이 증가한 것은 일회성 요인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얻은 일회성 이익 370억원이 포함돼있다. 우리카드 역시 배드뱅크 분배금 103억원의 일회성 이익이 발생했다.

다만, 지난해 카드사들이 실적이 예상보다 선방하면서 올해도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시장에서는 올해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올해 경영 계획대로 되면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카드업계에서는 예상보다 실적이 좋을 경우 최근 들어 논의되는 규제 완화 논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에서 규제 완화 등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마케팅비 축소를 위해 부가서비스 변경 자율성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당국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협상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찾을 것을 주문하면서 카드사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 행사에서 "카드수수료 협상의 경우 협상하는 단체에 속한 경우와 안 그런 경우 간 차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조합 단체협약의 경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단체협상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구속력 제도가 있는데 (카드수수료 협상권도) 그런 식으로 확장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간담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맹점 협상권 부여 문제는 단체 소속 가맹점과 그렇지 않은 가맹점 사이의 공정성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실적에 일회성 요인이 크게 작용해 예상보다 선방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수수료 인하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규제 완화의 필요성은 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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