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과 금융시장의 경기 시각차가 확대하고 있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실물지표의 추락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시장참가자들은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경기를 보는 시각을 변화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통계청은 2월 광공업생산이 전월보다 2.6%, 전년동월대비로 2.7% 하락했다고 밝혔다.

2월에는 소비와 생산, 투자, 선행·동행지수가 모두 고꾸라졌다.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따른 소비 기저효과를 고려한다고 해도 생산은 제조업 재고와 가동률이 하락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선행지수와 동행지수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수축기로 구분되던 2011~2013년보다도 지수가 낮다.

그렇지않아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경기 하방리스크를 우려한 데 이어 생산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발표되자, 시장참가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언급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최근 무역수지 흑자 폭이 축소되는 추세인 데다 4월 배당금 송금 등의 영향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수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솔솔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지표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2월 취업자 수는 26만3천명 증가했다. 소비자심리와 기업경기실사지수도 소폭이지만 반등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표를 바라보는 시장참가자들의 시선이 곱지는 않다.

고용지표의 질이 좋지 않은 데다 성장률 역시 정부의 재정정책 등 돈 풀기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이 예상되는 만큼, 당장은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예상했다.

성장률이 조정되지 않은 이유, 전망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을 경우 채권시장이 한은의 전망을 믿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 채권시장 참가자는 "2월 기저효과가 있다고 해도 산업생산 수치는 충격적이다"며 "국내 지표의 개선 흐름이 보이지 않는 데다 미국도 경기 둔화 우려에 금리가 빠지고 있어서 경기 둔화 우려는 가격에 계속 반영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시장 참가자는 "OECD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해서 경기 바닥론도 나오던 상황이었는데, 생산지표가 고꾸라지면서 경기가 정말 나쁜 것 같다는 인식이 퍼질 것 같다"며 "4월 금통위에서 적어도 매파적인 멘트가 나올 가능성은 적어진 듯하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 적자 기조 국면에서는 국내 경기 둔화 압력이 확대되고, 금융시장의 조정압력도 높아졌었다"며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 그 지속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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