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 통화안정증권 입찰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시장 금리와 동떨어진 금리 수준으로 애초 발행 예정액을 채우지 못하는 일이 잦은 데다 전산 입력 오류 등 단순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3일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에 진행한 통안채 입찰 과정에서 응찰 한도 오류로 통안채 입찰이 약 20분가량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은은 부랴부랴 응찰 한도를 조정해서 입찰을 마쳤지만, 시장참가자들의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채권시장은 통안채 입찰에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은은 입찰 물량을 전산 시스템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를 바로잡고 케이본드를 통해 시간을 재공지했다.

한은 홈페이지에는 공개시장운영과 관련한 공지사항을 알리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이 아닌 메신저로 공지를 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공지사항을 올리는 공간이 있는데 메신저로 공지를 했다. 만약 이를 확인하지 못했을 경우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충분한 공지를 한 후 재입찰 해야 했다"고 말했다.

시장참가자들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은과 채권시장의 통안채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통안채 금리가 시장 금리보다 낮아서 미달이 되는 경우에도 한은이 염두에 둔 금리보다 높을 경우에는 응찰시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채권시장은 말했다.

한은은 91일물부터 2년물까지 총 4개 구간에 대한 채권을 발행한다. 대부분 만기가 짧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조달금리 대비 운용금리를 생각하면 단기 통안채 매력이 금리 인하기와 비교했을 때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게 시장참가자들 생각이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기에 단기물 채권이 전체적으로 다 안 좋은 건 아니다. 문제는 금리 레벨이다.

통안채 낙찰금리는 비슷한 만기의 다른 채권금리보다 낮은 편이다.

채권시장은 한은의 통안채 낙찰금리 결정이 경직적이라고 진단했다. 낙찰금리가 시장의 요구수준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재정증권이나 다른 단기채권 대비 메리트가 적지만, 한은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통안채 금리와 시장의 요구수준과의 괴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통안채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신뢰가 떨어진 셈이다.

시장참가자들은 한은이 채권시장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통안채 입찰대행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른 채권시장 참가자는 "입찰에 미달하더라도 한은이 원하는 금리 수준이 아니면 발행을 하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서, 입찰참여기관들도 시장 금리와 동떨어지면 아예 입찰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며 "오늘 사고도 물론 문제가 있지만, 시장이 이렇게까지 비판하는 건 그동안 쌓인 불만이 터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채권시장 참가자는 "안정적인 통안채 발행을 위해서는 외국인 수요에 의존하지 말고 입찰 대행기관에 좀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PD처럼 참여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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